“삼성 관리주의, 순자적 요소 강해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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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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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자 박사 “가족주의 맹자적 요소와 공존했지만 갈수록 균형 깨져”

“삼성은 맹자사상과 순자사상의 적절한 조화를 바탕으로 발전해온 기업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경쟁의 와중에 순자적 요소가 강해지면서 그 조화가 깨지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영을 유학 사상으로 분석한 ‘유학, 경영에 답하다’(원앤원북스)를 최근 펴낸 권경자 박사(53)는 17일 인터뷰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두 사상의 균형을 이루는 중용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학으로 분석한 삼성경영철학 연구’로 지난해 성균관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논문을 토대로 책을 썼다.

맹자는 공자사상 가운데 본성의 선함에 중점을 두고 내면적인 덕을 강조한 반면 순자는 외적인 예를 중시하고 제도와 법률로써 사회질서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권 박사가 보는 삼성의 본모습은 인재와 교육, 신뢰를 중시한 맹자사상의 틀 위에 신상필벌과 책임감을 강조한 순자사상을 접목한 회사다.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다.

권 박사에 따르면 삼성에서 맹자적 요소는 ‘나와 너’ ‘나와 회사’를 하나로 보는 ‘가족주의’로 나타났다. 권 박사는 맹자사상 가운데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예로 들며 “삼성의 경영진은 기업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의식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계질서와 치인(治人)을 중시하는 순자적 요소가 강조됐고 오늘날에는 ‘조직의 삼성’ ‘관리의 삼성’의 모습이 강해졌다는 게 권 박사의 해석이다. 그는 “맹자적 요소의 위축으로 순자사상마저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경쟁은 나와 회사는 다르다는 인식을 낳고, 조직의 소통을 방해하며 권위의식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권 박사가 해결책으로 제안한 것은 ‘중용’이다. 그는 중용에서 위정자의 도(道)를 제시한 구경(九經)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경영모델로 내놨다. 자신의 덕을 먼저 닦고(修身·수신), 인재를 중시하고(尊賢·존현), 회사와 구성원이 부모 자식처럼 한 몸이 되도록 하고(親親·친친), 임원들의 덕과 능력을 존중하고(敬大臣·경대신), 일선 업무를 맡은 구성원을 제 몸처럼 아끼고(體群臣·체군신), 부모의 마음으로 소비자를 대하고(子庶民·자서민), 기술자들이 스스로 오게 만들고(來百工·내백공), 잠재적 고객이나 적대적 고객까지 끌어안고(柔遠人·유원인), 협력기업이나 해외에 나가 있는 직원을 돌보는 것(회제후·懷諸侯)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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