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선교사가 본 조선-조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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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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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스 ‘한국사’ 첫 우리말 번역
한글 등 문화적 독창성 후한 점수

1879년 서양의 언어로 한국의 역사를 처음 소개한 책으로 평가받는 영국인 선교사 존 로스(1842∼1915)의 ‘History of Corea’가 처음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번역본 이름은 ‘한국사’(살림·사진).

1872년 중국에 입국한 로스는 주로 만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북송(北宋)의 사마광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중국 사료와 현지의 조선인 상인에 대한 풍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책을 기술했다.

책은 고조선부터 1876년 강화도조약까지의 한국 역사를 개괄하고 조선의 관습, 종교, 지리, 정부, 조선어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로스의 책은 서양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기술한 다른 책에 비해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뒤 알드의 ‘청 제국에 관한 기록’(1735), 달레의 ‘조선 교회의 역사’(1874) 등 이전의 한국 관련 책은 주로 프랑스 신부가 썼다. 이 책들은 해외 선교단체인 파리 외방전교회의 중국 베이징 지부에서 온 보고서를 바탕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기자조선(箕子朝鮮)설을 인정하는 등 중국의 사관으로 한국사를 기술했다.

로스는 책에서 한글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글의 구조와 특징을 설명하는 데 한 장(章)을 할애하며 “조선인들의 알파벳은 너무나 아름답고 단순하여 30분 안에 충분히 통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로스는 최초로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조선의 역사와 문화, 조선인의 외모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는 “조선의 문명 수준이 높으며 역사가 세계의 다른 주도적인 국가들보다 더욱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조선인 중 흰머리에 수염을 기른 많은 신사들은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훌륭한 서양인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며 중국인들과 달리 싸구려 무명은 절대 옷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서양고대사 석사학위를 받은 번역자 홍경숙 씨는 역자 서문에 “로스가 한국을 오랜 역사와 고급한 수준의 문화를 지닌 독립 국가로 보았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한국문학번역원이 LG연암문고가 소장하고 있는 1만 권가량의 한국사 관련 서양 고서 중 100권을 선정해 번역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14번째로 번역한 것이다. LG연암문고 김장춘 연구위원(명지전문대 영어과 교수)은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서양인이 최초로 한국의 역사를 독립된 한 권의 책으로 기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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