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33>民之於仁也에 甚於水火하니 水火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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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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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는 仁을 물과 불에 비유했다. 비유의 뜻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물과 불이 인간생활의 필수품이듯이 仁도 인간의 필요조건이라는 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물과 불을 위험하다고 여겨 피하듯이 仁도 피한다는 설이다. 앞의 설은 馬融(마융)이 주장하고 주자가 따랐다. 그 설에 따르면 이 章은 물과 불, 그리고 仁은 모두 사람들이 그것에 힘입어 살아가는 바이지만 그중에서도 仁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물과 불을 밟으면 때로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만 仁은 밟아나간다고 해도 죽지 않거늘 무엇을 꺼려서 인을 행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이 된다.

뒤의 설은 王弼(왕필)이 주장하고 정약용이 지지했다. 이 설에 따르면 사람이 물과 불보다도 더 심하게 仁을 어겨서, 물과 불을 밟은 사람은 보았으나 仁을 밟아나가는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고 탄식한 것으로 된다. 여기서는 마융과 주자의 설을 따랐다. 民은 人과 같다. 仁은 인간 마음의 덕이다. 甚於水火는, 마융의 설을 따라, 물과 불보다 緊切(긴절)하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이견이 있지만 어느 해석도 모두 이 장을 ‘殺身成仁’과 연결한다. 같은 ‘위령공’ 편에서 공자는 “志士仁人(지사인인)은 無求生以害仁(무구생이해인)이요 有殺身以成仁(유살신이성인)이니라”라 하여, 仁을 體得(체득)하려고 하는 志士와 仁을 이미 체득한 仁人은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려 하다가 마음을 상하고 仁의 덕목을 해치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가 그토록 권면하였거늘, 우리는 어째서 仁을 실천하고 仁을 이루려 하지 않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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