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조영남에게 예술이란? 개머리에 뿔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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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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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의 ‘비광’(2009). 독일의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의 외투와 모자를 ‘빌려입은’ 자신의 이미지를 화투 그림과 접목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롯데갤러리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의 ‘비광’(2009). 독일의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의 외투와 모자를 ‘빌려입은’ 자신의 이미지를 화투 그림과 접목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롯데갤러리
“평생 딴짓 했다. 본짓은 음악이지만 내 머리 속엔 딴짓본짓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림이 잘 돼야 노래가 감동적일 수 있고 노래가 잘돼야 그림이 감동적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하나로 돌아간다.”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65)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17일까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9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딴짓예찬’ 전. 그가 사랑하는 미술, 음악, 문학이 비빔밥처럼 한데 어우러진 전시다. 6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만남’도 마련된다(02-726-4428).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영남 브랜드’를 대표하는 화투그림이 여럿 선보인 가운데, 한쪽에 차분한 색조의 캔버스에 음표가 떠있고 다른 쪽에선 시인 이상의 ‘오감도’를 텍스트로 담은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러 ‘철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역풍을 만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은 딴짓의 세계. 이를 뭉뚱그려 시각 언어로 풀어낸 전시는 사뭇 유쾌하다. 그가 ‘딴짓’으로 빗댄 그림과 노래, 시가 겉돌지 않고 서로서로 끌고 밀어준 덕이다. 서울대 음대 재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술작업을 중단없이 해오면서 독자적 세계를 구축했다는 은근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려서부터 한 구멍을 파야 물이 나온다는 소리, 지겹도록 들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여러 구멍을 파도 물이 나올 텐데 하며 파 들어간 것 같다. 물이 찔금찔금 나오는 정도지만.”

‘주류’와 ‘정통’의 울타리가 어떻게 평가하든 그의 ‘딴짓’은 생산적이다. 가수로, 한국적 팝아트를 추구하는 화가로, 빼어난 글 솜씨로 ‘현대인도 못 알아 먹는 현대미술’ 등을 펴낸 인기저자로 쉼 없이 대중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 모든 딴짓을 엮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이자 예술가답게 살아가는 원천이라고. 최근 그의 ‘딴짓’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다. 시인 이상(1910∼1937)의 시 해설서를 탈고한 것. 컴맹인 그가 A4 용지에 한 글자씩 손으로 써서 완성한 원고다.

“나는 처음부터 시인 이상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다. 보들레르, 랭보, 엘리어트보다 한참 위라고 생각한다. 이걸 나름대로 논증하려니 무척 힘들었다. 논문은 많아도 해설을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 ‘에잇, 내가 해야지’ 하고 시작했다. 터무니없이 난해한 시. 어떻게 풀지 고민하다 며칠씩 밤을 꼴딱 새웠다.”

올해 탄생 100주년에 맞추느라 집필에 몰두하면서 몸에 무리가 왔다. 뇌경색 증세로 입원한 동안 퍼뜩 그림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집에 오자마자 만레이의 ‘입술’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을 완성했다. “재미있으면 그게 딴짓”이란 말과 달리 글이든 그림이든 한가한 여기로 하는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치열한 열정의 결실이다. 전시 도록을 펴보니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개뿔이다. 개의 머리에 달린 뿔을 찾는 행위다. 나는 예술, 사랑, 행복, 따위의 막연한 어휘들이 싫다. 개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굳이 예술을 정의한다면 글쎄…. 삶 혹은, 삶의 기술쯤이 될까. 먹고, 싸고, TV보고, 사람만나고, 직장에 나가고, 예쁜 색시 만나 수다 떨고, 껄떡대고, 이러는 모든 게 예술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말고.”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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