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미래 살리려면 지금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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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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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미래/게세코 폰 지음·박승억 박병화 옮김/644쪽·2만8000원·프로네시스

《1978년 이집트 카이로 북쪽 60km에 세켐(Sekem)이라는 작은 농장이 생겼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이브라힘 아볼레시가 만든 친환경 농장이었다. 세켐은 유기 농업을 하는 농장과 그 생산물의 유통에서 시작해 교육과 병원 사업으로도 네트워크를 넓혔다. 생태 중심 농업으로 성공을 거둔 세켐은 현재 카이로 인근에 800개의 농장을 두면서 사막을 녹지로 바꾸고 수천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기적을 이뤄냈다.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하는 슈밥재단은 2003년 세켐 기업군을 모범적이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선정했다.》

작가이자 시민사회운동가인 저자가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자연과학자 철학자 시민사회운동가 문화비평가 등 21명과 개별적으로 가진 대담을 소개하며 현재 인류가 지나고 있는 위기의 터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전문가 21명은 세계는 엄청난 규모의 투기성 사업과 생태계 파산의 위험을 감수하는 산업으로 위기 상태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한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그저 무책임한 은행가나 불안정한 부동산 산업 탓으로 돌리는 것은 거대한 붕괴의 징조를 읽지 못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앞으로 닥칠 위기의 목록에는 석유 식량 물 기후 등이 줄줄이 올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헤이즐 핸더슨은 “위기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며 각성을 촉구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리더십연구소 소장 클라우스 오토 샤머, 사회학자 볼프강 작스, 의사이자 평화운동가인 메리 와인 애시포드, 과학저술가 마르코 비숍, 시민운동가 니카노르 페를라스, 대안 노벨상을 수여하는 바른생활재단 설립자 야코프 폰 윅스킬,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헤이즐 핸더슨, 생태철학자 조애너 메이시, 화폐 전문가 마그리트 케네디, 의식연구가 짐 마리온, 세켐 운동의 설립자 이브라힘 아볼레시, 문화비평가이자 심리학자인 에가 프리드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로화 정책을 도입한 대안화폐개발 전문가 베르나르 리에테르,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안드레아스 베버,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 에이미 굿맨, 세계적 양자물리학자 한스 페터 뒤르, 식량주권운동가 프란시스 무어 라페, 미래연구 전문가 어빈 라즐로, 진화이론가인 엘리자베스 사투리스, 양자물리학자 반다나 시바. 사진 제공 프로네시스
이 책의 대담자들은 지금까지 정계와 재계의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로만 여기며 기존의 안정화된 상태로 되돌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진화론과 자연과학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는 늘 변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있으며 과거로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에서의 평형을 찾아야 한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진화이론가 엘리자베스 사투리스는 유기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도 진화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중앙 권력이 시스템 구성원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모델은 수명이 다했다”고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글로벌 위기는 글로벌 대응을 요구한다”는 말로 세계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말한다.

이들의 대담을 보면 미래의 대안은 현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래학 연구 경향도 지식과 논리를 바탕으로 단순히 미래의 특정 양상을 가늠하던 경향을 넘어 현재 발생하는 ‘대안의 실마리’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일랜드의 전환마을 운동과, 금융과 실업위기 극복 가능성을 연 독일의 지역 화폐 킴가우어 등에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재산을 쌓아 놓기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보관수수료를 물려야 한다는 화폐전문가 마그리트 케네디의 제안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 2009년 7월 스위스 중앙은행은 연방은행에 돈을 맡기는 모든 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돈을 움직이지 않고 이자로 돈을 버는 것을 막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생태계 파괴부터 최빈국의 가난과 굶주림까지 지구가 봉착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개인과 공동체 모두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생태학자이자 철학자인 안드레아스 베버는 “자원 부족만을 고민하는 근대적 인식에서 벗어나 자연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량주권 운동가인 프란시스 무어 라페는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생각이며 인간은 어디에 있든지 새로 형성되는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석학들의 탁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새로운 인식으로 행동하면 미래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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