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풍, 왜 문학만 외면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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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내 집 마련…’ 낸 김윤영 씨
우리 사회의 화두 본격적으로 다뤄

단편집 ‘타잔’ ‘그린핑거’ 등을 낸 소설가 김윤영 씨(38·사진). 그는 최근 발표한 첫 장편소설의 소재로 사뭇 현실적인 주제를 택했다. 부동산 문제가 그것이다.

작가는 ‘내 집 마련의 여왕’(자음과 모음)이란 소설의 제목처럼 한국사회에서 집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천태만상을 녹여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아파트 값, 부동산 문제가 화두인데 유독 문학에서만 잠잠하다”며 “누군가 한 번은 이 문제를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소설은 한 자산가의 부탁으로 형편이 어렵거나 불우한 이들에게 집을 찾아주는 일을 맡은 여성작가 ‘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자수성가한 고아청년, 장애아동, 홀몸노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김 씨는 “작품에 등장하는 부동산 관련 전문 지식을 익히기 위해 2년여간 취재했다”고 말했다. 법원 경매계의 과장, 구청의 공무원들, 일선 공인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둘러본 집만 200채가 넘는다. 한 의뢰를 마무리하면 다음 의뢰가 생기는 소설의 형식에 대해서는 “미션 해결 형식이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작품 자체는 쉽고 가볍게 읽힌다. 작가는 “문학을 통해서 우리가 직면한 세태, 풍속을 다루고 싶었다”며 “무거움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의 한국문학은 너무 무겁고 어두웠기 때문에 문단 사람들이나 문창과 학생들 위주로만 소비됐잖아요. 순수문학을 향유하는 고급 독자 외에 일반 대중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변종소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변종’들을 선보이기 위해 현재 인터파크에서 범죄 미스터리 소설 ‘아이야, 손을 잡아라’도 연재하고 있다. 그에겐 주식, 땅, 사교육처럼 앞으로도 다뤄 나가고 싶은 소재가 많다고 한다.

그는 “관념적인 소설을 벗어나서 좀 더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거나 장르적 문법을 시도하면서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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