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규, 그 깊은 정신세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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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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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서 대규모 조각전

한국 근대조각의 거장으로 꼽히는 권진규(1922∼1973). 일본 유학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마련한 ‘권진규’전. 일본 도쿄 국립근대미술관과 무사시노미술대학 미술자료도서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로 일본 전시를 마치고 한국으로 옮겨왔다.

▶본보 9월 3일자 A21면 참조
근대조각 개척자 故 권진규, 日서 대대적 재조명 작업

권진규는 1948년 일본으로 건너가 무사시노미술대학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1953년 공모전에서 상을 받는 등 활동을 펼치다 1959년 귀국했다. 귀국 후 테라코타와 건칠을 주재료로 삼아 인물, 동물, 추상을 아우르는 독창적 작품을 발표했으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전시에는 반세기 만에 처음 공개되는 졸업작품 등 조각 100점, 드로잉 40점과 석고틀 1점이 선보인다. 더불어 스승인 시미즈 다카시(1897∼1981)의 작품 12점, 시미즈가 조각을 배운 부르델의 부조작품 5점도 소개된다.

자신의 모습을 승려로 표현한 권진규의 자소상(1969∼1970).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자신의 모습을 승려로 표현한 권진규의 자소상(1969∼1970).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그는 여인의 흉상인 ‘지원의 얼굴’을 포함해 다수의 테라코타 작품을 남겼다. 손으로 빚어 만들 수 있는 데다 작품이 수백 년 넘게 보존되는 점에 매료됐기 때문. 테라코타 작품은 마무리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 같은 형태의 조각인데도 재료와 색감에 따라 드러나는 차이를 살펴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다.

더불어 다양한 자소상과 부조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다. 1965년 첫 개인전 포스터에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자소상을 내세웠고, 마지막으로 남긴 이력서에도 대표작으로 자소상을 꼽는 등 그는 예술가로서 추구하는 지향점을 자소상에 담아냈다. 구상 조각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그의 부조작품은 구상과 추상을 뛰어넘는 시도를 보여준다.

앞서 열린 도쿄국립근대미술관의 권진규전은 일본이 아닌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의 전시로 주목받았다. 서울전에 맞춰 내한한 마쓰모토 도루 부관장은 “그는 불필요한 점을 최대한 생략하면서, 정신적 깊이와 너비를 표현하고자 했던 20세기 조각가들의 고민에 적극 답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라며 “동양 서양 일본을 합쳐도 자기만의 독특한 양식을 정립한 위대한 조각가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류지연 학예연구사는 “권진규는 고도로 절제된 긴장감과 움직임 없는 정적인 조각으로 영원한 이상세계의 정신성을 추구했다”며“이번 전시는 비운의 조각가란 시각에서 벗어나 작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00∼6000원(덕수궁 입장료 포함). 02-2122-6000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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