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사랑이 끝나도 사랑의 노래는 더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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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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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앨범 낸 ‘스웰 시즌’ e메일 인터뷰

최근 두 번째 앨범을 낸 듀오 ‘스웰 시즌’의 글렌 한사드(오른쪽)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는 “사랑이 파도(swell)처럼 사라져도 진심을 다해 부른 사랑의 노래는 남는다”고 했다. 사진 제공 소니뮤직코리아
최근 두 번째 앨범을 낸 듀오 ‘스웰 시즌’의 글렌 한사드(오른쪽)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는 “사랑이 파도(swell)처럼 사라져도 진심을 다해 부른 사랑의 노래는 남는다”고 했다. 사진 제공 소니뮤직코리아
무대에서 눈빛을 주고받으며 듀엣으로 사랑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진짜 사랑하는 사이여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며 함께 노래했던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후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듀오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은 “가능하다”고 노래로 말한다. 2007년 가을 국내 개봉했던 저예산영화 ‘원스’에서 애틋한 사랑을 노래했던 글렌 한사드(39)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21). 최근 두 번째 앨범 ‘스트릭트 조이(Strict Joy)’를 발표한 이 ‘헤어진 커플 듀오’의 한사드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음악 작업을 사생활과 엄격하게(strictly)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혹시 그저 그렇게 보이려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술에 매료되는 것은 아마 그것이 만든 이의 내면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림이나 영화에서 음악적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지만 친구와의 관계, 사랑, 밴드 안에서 겪는 일 같은 일상의 경험도 많은 영감을 줍니다. 책도 마찬가지죠. 제임스 스티븐스의 시를 읽었을 때 그 단어들은 내게 뭔가 특별한 얘기를 들려주려 애쓰고 있었어요(이번 앨범 타이틀은 아일랜드 시인인 스티븐스의 ‘스트릭트 케어, 스트릭트 조이’에서 따왔다). 그런 모든 과정이 음악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원스’로 2008년 미국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습니다. 그로 인해 더 행복해졌나요. 아니면 더 불행해졌나요.

“‘원스’는 마법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밴드를 이끌며 성공을 바라고 있었어요. 외국에 가서 환영 받으며 공연할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도 있었죠. 우리가 사귄 것은 개인적인 일이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그것이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됐습니다. 마르케타의 고국인 체코에 갔을 때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 잡지에 나기도 했어요. 정신적으로 불편했습니다. 우리의 이별은 생활의 일부이지 커리어의 일부가 아닙니다. 그건 정말 ‘다른 일’이에요.”

―세상에는 수많은 뮤지션이 있지만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이는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어떤 점이 특별하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하나요.

“어렸을 때 나는 ‘좋은 송 라이터가 되게 해 주세요, 그러면 불쌍한 삶이 펼쳐지더라도 기쁘게 살 거예요’라고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침실 거울 앞에 서서 핑크 플로이드를 틀어놓고 여자친구 부모님이 관객으로 앉아 있는 무대에 올라 멋지게 연주하는 상상도 했죠. 어쨌든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해야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개인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봐요. ‘원스’ 전에 만난 앨범 관계자는 우리 밴드에 대해 ‘얘깃거리가 부족하다’고 걱정했습니다. ‘원스’ 뒤에는 우리 삶 자체가 얘깃거리가 됐죠. 알 수 없는 일이에요.”

―듀오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마르케타와 연주하는 것을 즐깁니다. 멈추고 싶지 않아요. 아마도 멈춘다면 그건 그녀의 결정일 테고,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낯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녀는 내 평생 만난 이들 가운데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음악적 동반자입니다. 시간이 답을 알려주겠죠.”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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