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홍대앞 ‘오요리’ 다국적 요리사-종업원, 다국적 미각만족-문화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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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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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음식점들이 명멸하는 서울의 ‘홍익대 거리’. 이곳에서는 고객의 외면으로 금방 사라지는 음식점조차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은 메뉴와 디자인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음식점의 무덤이자 기회의 땅인 셈.

10일 이곳에 또 하나의 레스토랑이 개점을 선포했다. 레스토랑 이름은 ‘오요리’. 주 메뉴는 한국 요리를 포함한 아시아 퓨전 요리란다. 하지만 메뉴에 러시아식 디저트도 있고, 또 앞으로 합류하는 종업원들에 따라서 메뉴가 더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굳이 아시아 요리라고 한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요리에서는 종업원들이 메뉴를 제안하고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요리 레스토랑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적 기업인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다문화를 콘셉트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요리도 다문화적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다. 두 번째는 독특하고 맛있는 메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라는 데 더 큰 관심을 갖지만, 오요리 레스토랑 관계자들은 “일단 레스토랑을 방문하면 메뉴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사회적 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선보인 ‘오요리’


2007년 시작된 ‘오가니제이션 요리’는 2008년 10월 정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취약 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이익도 추구하는 것. ‘오가니제이션 요리’에는 총 32명의 청소년, 여성, 결혼 이주여성들이 케이터링, 카페, 급식, 쿠킹 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오가니제이션 요리’가 새로 선보인 레스토랑이 ‘오요리’다. 지난해 외국인 여성들이 자국의 요리를 선보이기 시작하는 장(場)을 마련하면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마리아 씨(42)는 모국에서 자라는 ‘판단이’라는 식물로 색과 향을 내고 팜슈가와 코코넛 슬라이스로 속을 채운 달콤한 맛의 ‘다다르굴릉’이라는 요리를 제안했다. 또 러시아 출신 이주여성 알로냐 씨(30)는 빵 반죽 안에 살구·자두·딸기잼 등을 넣고 말아서 구운 손가락 모양의 파이 ‘담스키에발츠키’를 선보였다. ‘여인의 손가락’이라는 뜻을 가진 이 요리는 러시아의 가정식 디저트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이 제안한 요리는 7월 하얏트호텔 출신의 한식 요리사 박성배 씨(37)가 총괄 셰프로 참여하면서 레스토랑 메뉴로 거듭나게 됐다. 전문 요리사 2명을 추가로 고용해 이런 방식으로 준비한 메뉴가 총 20여 가지에 이른다.

○ 태국 홍콩 일본 중국까지 ‘아시아 맛 여행’


오요리 레스토랑의 메뉴에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홍콩, 일본, 중국 등 웬만한 아시아 국가들이 거의 등장한다. 먼저 면 요리 가운데 우리나라의 청양고추를 넣어 개발한 소스로 조리한 ‘말레이시아식 미고랭’이 있다. 말 그대로 퓨전인 셈. 천연 조미료로 국물 맛을 내고 건강식 생면을 사용한 일본식 ‘나가사키 짬뽕’이나 새우와 양파 등을 면과 볶아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홍콩식 프라잉 누들’도 있다.

갓 볶은 신선한 채소와 해산물을 크림소스에 졸여 만든 ‘해산물 라구(ragout)’도 있다. 라구는 질기거나 지방이 많은 고기 등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졸인 스튜를 가리키는 프랑스 요리지만 해산물을 많이 활용해 동남아식으로 변형했다. ‘그릴드 불고기’와 ‘건강식 두부 스테이크’, ‘고추장 크림소스 연어구이’ 등은 요리 방식이나 사용한 소스를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할 만하다. 새우를 매콤한 소스에 볶아낸 ‘태국식 매콤한 새우 볶음요리’도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 요리는 점심식사로 부담 없는 6000∼9000원에서 2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오요리 요리사들은 “‘말레이시아식 미고랭’과 ‘해산물 라구’는 시원한 맥주나 가벼운 와인과 함께 먹으면 좋은 요리”라고 추천한다. 오요리에는 와인 애호가들이 추천한 와인은 물론이고 국산 맥주와 싱하, 칭타오, 산미겔 등 아시아맥주도 준비돼 있다.

○ 홀 서빙은 다문화 여성들이… 요리교실도 열어

오요리 레스토랑에서는 다문화 여성들이 홀 서빙을 담당한다. 1월부터 커피와 서비스 교육을 받아온 러시아 출신 타티아나 씨(29)와 미얀마에서 온 하우룽씬 씨(29)가 바로 그들. 타티아나 씨는 7년 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결혼 이주했고 7세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하우룽씬 씨는 네 살과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오요리는 앞으로 더 많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교육과 고용을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오요리는 다양한 요리 교실 및 식문화 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맛본 음식을 그리워하는 여행객들과 새로운 요리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직접 배워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강좌는 다국적 요리사들이 직접 강의함으로써 요리뿐만 아니라 요리를 둘러싼 각국의 생생한 문화를 배울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건강한 식문화 전달을 위해 술문화, 차문화 등의 강좌도 개설할 방침이다. 요리 교실 및 식문화 교실은 오요리 휴무일인 월요일에 운영한다. 오요리의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1시 반부터 밤 12시까지다. 02-332-5525, www.orgyori.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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