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퇴계선생과 기생 사랑이야기로 국악사랑 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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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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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450년 사랑’이라는 국악뮤지컬이 공연됐다. 주최 측이 마련한 좌석 200개가 모두 찼다. 이에 앞서 충북 단양군에서 열린 이 뮤지컬은 주민 500여 명이 관람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 이황과 당시 단양의 기생인 두향의 사랑을 그린 이 뮤지컬이 올해 7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이후 점차 눈길을 끌고 있다. 얼핏 어울리지 않을 듯한 퇴계 선생과 기생의 관계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특징이다.》

■ 국악뮤지컬 ‘450년 사랑’ 공연 전미경 안동국악단장

전미경 안동국악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영남대에서 국악과 학생들과 국악콘텐츠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전미경 안동국악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7일 영남대에서 국악과 학생들과 국악콘텐츠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권효 기자
이 뮤지컬이 퇴계 선생의 고향인 안동에서 만들어지기까지는 1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표방하지만 국악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지역의 대표적인 국악단체로 성장한 ‘안동국악단’이 창립된 1997년 이전에 안동에는 국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거의 없었다. 안동국악단장을 맡고 있는 전미경 씨(36·여·안동시 정하동)는 “대학(영남대 국악과) 4학년 때 대구교육대 안동부설초교에서 한 달 동안 국악특활을 하게 됐는데 안동에 국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놀랐다”며 “안동의 풍부한 전통문화에 국악이 더해지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국악에 관심이 있는 10여 명과 국악단을 결성한 뒤 1999년에는 안동청소년국악단도 만들었다. 이 국악단은 그동안 대학의 국악 전공자 10명을 배출했다. 단원이 30여 명으로 늘어난 안동국악단은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나와 국악의 멋을 선보인다.

경남 마산이 고향인 그는 안동에 살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안동의 전통문화에 국악을 섞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2년 전 안동시 담당부서를 무작정 찾아가 안동의 멋을 위해 국악을 활용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안동에 널려 있는 고택을 국악과 접목하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퇴계 선생과 두향의 이야기를 들은 그가 김준한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60·전 EBS 제작국장)과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것이 바로 ‘450년 사랑’이다. 이 뮤지컬은 일반 공연장이 아니라 퇴계 선생이 공부했던 고택 같은 문화재를 무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좋은 아이디어였다. 관광객이 곧 관객이 되기 때문. 이 뮤지컬이 공연될 때 무대 주변에서는 안동포에 매화를 그린 소품을 비롯해 엽서와 국화차 등을 판매한다. 매화는 두향이 퇴계 선생과 헤어질 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대 국악과 겸임교수인 그는 최근 대학에서 국악과 학생들과 새로운 국악콘텐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설 자리가 좁은 국악이 생존하려면 새로운 콘텐츠 개발 이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안동은 독립운동의 고장인데 국악으로 되살릴 수 없을까’ 등의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전 단장은 “내년에 안동에서 선보일 국악인형극에 국악과 학생 10명이 일하게 됐다”며 “국악을 다양한 분야와 자꾸 접목해 나가면 졸업생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길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의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인 장정문 씨(34·김천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는 “‘450년 사랑’을 통해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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