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능 무형문화재 전수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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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13시 34분


평균연령 70세인 27명의 서울시 기능장인 중 7명만 전수자 지정

41년간 전통 창호를 제작하고 있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6호 소목장(창호) 심용식(57)씨. 200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그는 우리나라 전통양식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필수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창호장인이다. 창호의 세밀한 이음과 맞춤, 정확한 비례의 구성은 오랜 숙련을 거친 창호장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는 광화문, 숭례문 등의 복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심 장인은 아직 기능 전수자를 보유하지 못했다. 전수교육생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이유로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서울시 지정 기능장인들이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체메우기 분야의 최성철(75) 장인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배우려는 전수생이 없어 맥을 이어가지 못할 상황이다. 마포나루에서 황포돛배, 놀이배 등을 만들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6호 조선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던 고 박정옥 장인은 전수자가 없는 상태에서 1994년 사망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조선 분야는 10년 넘게 기능보유자가 없어 사실상 기능 자체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공예·음식을 다루는 ‘기능분야’의 서울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는 총 27명. 이들 중 연날리기, 자수, 삼해소주, 민화, 단청, 매듭, 침선 등 7가지 분야만 무형문화재의 기능을 이어갈 수 있는 전수자(전수조교)를 두고 있다.

무형문화재 지정은 사람보다 그 기능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람은 전통예술 기능을 보호하고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는 안정적, 체계적 전승을 위해 보유자-전수조교-이수자-전수 장학생-일반 전수생으로 이어지는 기능 전승체계를 갖추고 있다.

보유자는 자신의 기능을 전수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 자질과 뜻이 있는 전수생을 선발해 교육한다. 일반 전수생 가운데 실력이 뛰어난 2명을 전수 장학생으로 선발한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지원금은 월 12만원. 이렇게 3년 이상의 전수교육을 받은 전수생 가운데 일정한 기량에 이르면 이수자로 인정받게 된다. 이수자 중에서 기량이 뛰어나며, 전승자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은 보유자의 추천과 관계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전수조교’로 선정된다. 보통 전수조교가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0~15년 정도. 전수조교가 되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40만원에 불과하다.

심용식 장인은 “전수생들이 무형문화제 선생님들을 뒷바라지 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배워야하는데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전수생들이 1, 2개월 만에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능 보유자들이 전수생, 이수자를 지원해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 삼해소주 분야 이동복(84) 장인의 전수자는 아들 김택상(59) 씨가 맡고 있다. 10년간 전수조교로 활동하고 있는 김택상 씨는 “옛날 한양이 지금의 서울이다. 조선시대 궁 주변에서 수백 명의 장인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전통 기술들이 사라졌고 30가지 정도의 기술을 복구, 유지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접근성, 수익성이 떨어져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비인기 기능보유자의 경우 전수자를 키우기도 힘들고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이칠용 회장은 “기능종목에 따른 전수자들의 편중이 심한 편이다.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비인기’ 종목을 파악해 보유자와 전수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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