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고대 신화 속 19개 주제, 현실서 무한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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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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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 세상에 답하다/김원익 지음/360쪽·1만2800원·바다출판사

콜키스의 국보 황금양피를 얻기 위해 용을 잠재우는 이아손. 실제 신화 속에서는 이아손과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가 용을 잠재우고
이아손을 돕는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배신한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메데이아는 둘 사이의 자식들을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림
제공 바다출판사
콜키스의 국보 황금양피를 얻기 위해 용을 잠재우는 이아손. 실제 신화 속에서는 이아손과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가 용을 잠재우고 이아손을 돕는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배신한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메데이아는 둘 사이의 자식들을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림 제공 바다출판사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신화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갈등을 이야기로 담아낸 신화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는 뜻이다.

문학박사이자 신화연구가인 저자는 책에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변주되는 신화 속 19개 모티브를 다룬다.

‘알파걸’은 댄 킨들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하지만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 찬 성공적인 여자를 가리키는 알파걸은 사실 수천 년 전의 신화 속에도 등장한다. 바로 아마존족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는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아킬레스 등 신화 속 영웅들이 이 아마존족과 끊임없이 싸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여인국’이 실제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자바족은 지금까지 모계사회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결혼을 위해 남자들은 목숨을 걸고 여성들이 사는 4∼5층 높이의 돌집을 기어올라야 한다.

저자는 “아마존족은 고대 가부장적 체제 아래에서 최초로 그 억압에 맞서 싸운 여성”이라며 “고대의 알파걸이 배타적이고 호전적이라면 현대의 알파걸은 관계지향적이고 평화적”이라고 비교한다.

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었다. 과거부터 디오니소스 축제는 술에 취한 채 광란의 춤을 추는 축제로 알려졌다. 저자는 “디오니소스는 황홀경이 일으키는 창조성을 원했다”며 “술은 파괴와 창조성을 한 몸에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48세로 요절한 조지훈 시인은 유명한 애주가로 ‘주도유단’이라는 글에서 술 마시는 사람을 18단계로 구분했다. 마지막 18번째는 바로 ‘열반주’로 술을 마시는 순간 이미 다른 세상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의미한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예술적 영감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신화 속에는 수없이 많은 변신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이를 수동적인 변신과 능동적인 변신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석탈해와 해모수의 변신 이야기는 능동적인 쪽에 속한다. 카프카의 ‘변신’도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변신은 변질에 가깝다.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인 주인공 잠자가 가족과의 단절 속에서 일종의 일벌레로 ‘변태’한 것이다.

책 속에는 출생의 비밀, 아버지 찾기, 형제 갈등, 근친상간, 오만 등의 주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모든 이야기는 신화에서 시작됐으며 여전히 우리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신화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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