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前 대통령을 어떻게 볼것인가’ 좌우파 평가 모아 내년 영문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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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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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년을 맞아 좌우파 성향 학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을 재평가하는 학술대회를 19, 20일 가진 뒤 그 결과를 영문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서울 구로구 수출공업단지를 둘러보는 박 전 대통령.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0년을 맞아 좌우파 성향 학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을 재평가하는 학술대회를 19, 20일 가진 뒤 그 결과를 영문 책으로 펴내기로 했다. 서울 구로구 수출공업단지를 둘러보는 박 전 대통령.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1917∼1979)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끼친 영향에 대해 좌우파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물을 영문 책으로 출판한다.

‘박정희와 그의 유산-30년 후의 재검토’ 국제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한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협력센터와 호주국립대 한국학연구원은 20일 이같이 결정하고, 이르면 내년 말 미국에서 먼저 출간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문판에 이어 프랑스어 등 다른 언어로 출판하는 것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책에는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한 국내외 학자 13명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담는다.

공동편집을 맡은 미국 랜드연구소 함재봉 박사는 “현재 세계 정치학계에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계기로 나라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며 “짧은 기간에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독재를 펼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평가는 다른 나라의 국가 재건과 민주화 과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좌우파 학자들이 함께 박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저술해 해외에 소개하는 이번 작업은 이념 대립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으로 박 전 대통령을 평가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파 성향의 함 박사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초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없다”며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질서가 먼저 필요한데 박정희 시대도 정치 이론적으로는 이런 연장선상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정권을 오래 유지하려 한 것에 대해서는 “결과론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권력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새로운 정통성은 장기 집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좌파 성향의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박정희 권위주의 정치의 재평가-신화, 현실 그리고 유산’ 발표에서 “권위주의적 산업화와 민주적 산업화는 선택의 문제일 뿐 역사적 필연은 아니다”며 “박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권을 세우려고 한국을 산업화했다”고 강조했다.

우파 성향인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는 “2004년 호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백낙청 교수가 참석해 ‘박정희의 경제 발전 공로에 대해 진보파의 평가가 인색하지 않았나’라고 말한 이후 박정희 시대 평가에 대한 좌우파 논의의 폭이 넓어졌다”며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좌우파 성향의 학자 사이에 진지한 토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좌파 성향의 박명림 동아시아협력센터 소장도 “박 전 대통령의 경제 발전 모델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의 발전 모델에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많은 학자들이 뜻을 같이하면서 생산적인 논의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좌우파 성향 학자 간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공동 저술을 계기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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