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展, 책만 보는게 아니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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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5일간 축제
100개국 40만종 도서 전시
와인 시음 등 다양한 행사
한국 e북 단말기도 선보여

세계 최대 도서박람회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4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에서 개막한다. 61회째인 올해 도서전에는 18일까지 닷새 동안 100개국, 6936개 회사가 참여해 신간 12만1208종을 포함한 40만1017종의 도서를 전시한다.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지난해 108개국, 7363개사보다 규모는 다소 줄었다.

올해 도서전의 주요 관심사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경기 침체로 매년 30만 명이던 관람객을 올해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빈국 중국이 어느 정도로 문화예술 역량을 과시할 것인지 등이다.

○ 책의 미래에 대한 고민

책만 전시하는 밋밋한 도서전을 탈피해 관람객이 요리책에서 걸어 나온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맛있는 갤러리’가 선을 보인다. 요리와 레스토랑 관련 도서 전시에 요리 시연을 곁들였다. 와인 제조사와 요리사, 재료 공급업자들까지 참여해 와인 시음회도 열 예정이다.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헤르타 뮐러 씨가 참여하는 대담도 관심거리다. 뮐러 씨와의 대담은 독일 방송사와 출판사 주관으로 14일부터 5차례에 걸쳐 열린다. 뮐러 씨는 1980년대 초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루마니아 정권을 공개 비판했다가 고국에서 출판 활동을 금지당한 적이 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올해도 여전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계획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책의 디지털 환경 적응’을 주제로 한 각종 세미나가 박람회장 곳곳에서 열린다. 국제저작권 담당자 모임이 개최하는 ‘움직이는 과녁 맞히기-디지털 콘텐츠로 성공하기’는 그중 대표적인 세미나다.

9년 동안 지속돼 온 오디오북 전시에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오디오북 서점이 문을 연다. 오디오북 팬들이 현장에서 직접 오디오북을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경기 침체기의 사업 다각화 경향을 반영하는 듯 비도서류를 위한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서점에서 주로 함께 파는 문구류와 선물, 액세서리 부문 업체들이 공동 전시관을 연다.

○ 주빈국 중국, 문화행사 450여 건

올해 주빈국인 중국은 ‘전통과 혁신’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박람회장을 비롯해 프랑크푸르트 전역에서 450여 건의 행사를 연다. 50여 명의 중국 작가와 2000여 명의 출판인, 언론인 예술가들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주빈국 행사에 참여한다.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로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이름이 오르는 모옌,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인생’의 원작자 위화, 1980년대 후반 등장해 중국 내 제3세대 문학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쑤퉁 등이 참석한다.

중국 행사를 보면 ‘중국 현대 건축 작가전’ ‘1922년부터 현대에 이르는 중국 영화 상영전’ ‘대중을 위한 예술-마오쩌둥의 시대 조각 100선’ 등 건축과 영화, 조각 등 예술 각 분야를 망라한다.

○ 한국은 69개 업체 900여 종 출품

한국 업체들은 한국관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18개사와 개별 참여업체 18개사, 만화 관계사 13곳, 위탁전시 업체 20곳 등 총 69개 회사가 참여해 900여 종의 책을 선보인다.

한국관에서는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특별전시, 올해 3월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에 선보였던 그림책을 선보이는 특별전시가 함께 열린다. 또 사계절출판사의 아동도서 ‘마당을 나온 암탉’을 원작으로 만든 만화영화 상영, 북아트 작품을 모은 북아트전도 마련된다. 세계 출판계에서 e북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한국전자출판협회 회원사들이 e북 콘텐츠와 함께 한국에서 개발한 e북 단말기도 전시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회원사의 도서 및 한국 작가의 저작권이 해외에 수출될 수 있도록 전시회 기간에 통역 인력을 상주시켜 해외 출판인의 문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동의보감 우수성 ‘세계 책의 축제’에서 활짝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특별전

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관에서는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허준의 동의보감 특별전이 열린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은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동의보감 영인본을 한국 출판물과 함께 전시키로 했다. 동의보감의 내용을 영문으로 소개하는 책 ‘동의보감을 쉽게 읽는 법’도 선보인다.

이번에 전시되는 동의보감 영인본은 1613년 금속활자를 활용해 간행한 동의보감 초판 어제본을 복원한 것으로 제본방식도 진본과 똑같다. 동의보감의 전시는 세계 출판계에 한국 출판 전통과 한의학의 우수성을 함께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동의보감의 해외 전시는 9월 초 베이징 도서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전시하는 동의보감은 모두 25권이다. 인체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들을 설명한 내경 4편, 몸의 외부에서 관찰되는 인체 부위별 기능과 질병을 다룬 외형 4편, 질병 진단과 치료의 기본 원리를 설명한 잡병 11편, 약재의 가공 처방 복용법을 다룬 탕액 3편, 경락과 혈자리 및 침 시술법을 다룬 침구 1편, 책에 담긴 세부 제목을 담은 목록 2편이다.

동의보감 외에 허준이 편찬한 맥학 관련 의서인 ‘찬도방론맥결집성’과 대중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한글 의서인 ‘언해구급방’ ‘언해두창집요’ ‘언해태산집요’도 함께 전시한다. 언해구급방은 위급한 환자를 위한 응급조치에 관한 내용을, 언대두창집요는 두역(천연두)에 관한 처방을, 언해태산집요는 출산에 관한 증상 및 처방을 담고 있다.

동의보감기념사업단은 2013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맞아 ‘2013 동의보감 엑스포’와 함께 동의보감을 발판으로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의보감 영문 번역 작업에도 착수해 올해는 그 첫 번째로 침구와 탕액편의 번역을 진행 중이다.

동의보감은 임진왜란에 따른 황폐화로 인해 병자의 치료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허준이 선조의 어명을 받아 전국 의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편찬한 의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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