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영 多민영이냐 1공영 1민영이냐… 방송광고시장 재편 갈림길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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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미디어렙 연내 도입
완전 경쟁체제로 갈 경우
지상파 광고독과점 심화 우려

정부가 올해 안에 새로 도입할 예정인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제도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독과점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디어렙을 방송사별로 갖는 완전경쟁 체제로 도입할 경우 지역 종교 방송 등 마이너 매체와 케이블TV, 신문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지상파 방송 광고는 1980년부터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독점 대행해 왔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연내 방송법 내 관련 조항 개정을 통해 민영 미디어렙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미디어렙과 관련해 나온 법안은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과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의 ‘방송 광고 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한 의원의 개정안은 ‘1공영 다(多)민영’을 통해 완전경쟁 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이며, 김 의원의 제정안은 1공영 1민영을 비롯한 ‘제한경쟁 체제’를 통한 단계적 개방안이다. ‘1공영 다민영’은 지상파별로 미디어렙을 여러 개 두자는 방안이며, ‘1공영 1민영’은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각각 담당하는 2개의 미디어렙을 신설하자는 방안이다. 한 의원의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며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1공영 1민영을 기초로 한 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 단계적 개방이 바람직

김 의원의 법안은 미디어렙 전면 개방에 따른 매체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공영 1민영을 도입하자는 게 골자다. 광고시장 활성화와 함께 매체별 균형 발전에도 초점을 맞추자는 취지다.

반면 한 의원의 개정안처럼 KBS MBC SBS가 국내 방송 광고 시장의 77%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미디어렙을 전면 개방할 경우 방송사별 광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과 선정성 등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방안에서 ‘다민영’은 사실상 MBC와 SBS가 별도의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 판매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의원의 개정안은 방송 광고 시장의 유효 경쟁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선 ‘1공영 다민영’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측은 “당내에서도 한 의원의 안과는 달리 ‘1공영 1민영’을 거치는 단계적 개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1공영 다민영 체제로 갈 경우 MBC를 공영과 민영 어디에 포함시킬지도 관심거리다. MBC는 최근 한 의원 안과 같이 ‘1공영 다민영’으로 MBC를 위한 별도의 미디어렙을 갖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비해 김 의원 안은 ‘1공영’에 MBC를 포함시켜 KBS EBS와 함께 광고 판매를 대행하도록 했다. 한 언론학자는 “MBC가 공영인지 민영인지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고 이익만 쫓아 별도의 미디어렙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 1대 주주의 일방적 경영 견제해야

김 의원 안은 미디어렙 소유 1인 지분을 30%까지만 허용해 1대 주주의 일방적 경영을 견제하는 소유구조를 제시했다. 신문 뉴스통신사, 자산규모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은 10%까지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이에 비해 한 의원 안은 1인 지분을 51%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는 MBC나 SBS 등이 미디어렙을 완전한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어 사실상 방송사가 직접 영업을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경우 방송사와 광고주 간에 광고를 놓고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의원 안을 검토한 국회 전문위원도 “미디어렙의 방송사 자회사화는 광고 유치 경쟁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행사를 도입하자는 미디어렙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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