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맨얼굴’ 20선]<12>모차르트의 귀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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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의 귀/문국진 지음/음악세계

《“법의학을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죽음과 만나게 되고 죽음을 폭넓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죽음에 대한 철학을 지니게 된다. 작곡가들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작품 창작에 쏟는다…정상적인 삶을 포기하고 다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차단해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창작에 몰두한다는 것은 마치 심장의 고동이 멈추고 호흡이 정지된, 즉 죽음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법의학자가 분석한 음악가들의 최후

법의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모차르트,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베토벤, 파가니니 등 작곡가들의 사인(死因)을 분석했다. 그는 “좋은 음악을 만나 감동을 받은 뒤 작곡가의 생각을 더듬어 보고 싶어 전기를 읽었다. 법의학을 전공한지라 작곡가의 삶과 죽음에, 특히 법의학과의 관계에 많은 신경을 쓰며 읽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전해진 위대한 음악가의 사인 가운데 많은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작곡가가 사망할 당시 의사들의 진단 기록,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신문 기사 등을 근거로 지금까지 알려진 사망 원인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책의 부제는 ‘음악과 법의학-단명, 요절한 음악가들의 미공개 의료 파일’이다.

차이콥스키는 콜레라에 걸려 죽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저자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률학교 동창들의 강요로 자살했다는 설에 무게를 둔다.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차이콥스키는 당시 한 귀족의 조카와 동성애 관계에 있었다. 이를 알게 된 그 귀족은 황제에게 차이콥스키를 고발했고, 이 소식을 접한 차이콥스키의 법률학교 동창들은 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비밀리에 명예재판을 열어 “스스로 독약을 먹고 죽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차이콥스키의 사인이 콜레라로 알려졌던 것은 그가 콜레라의 증상인 ‘쌀뜨물 같은 설사’를 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극물인 ‘비소’도 쌀뜨물 같은 설사를 야기시킨다. 사람이 비소에 중독되면 콜레라에 감염된 것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모차르트의 사인으로는 독살설, 수은 중독설, 비소 중독설, 병사설 등이 전해진다. 저자는 죽기 전 그의 팔다리에 부종이 나타나고 두통 현기증 증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수은 중독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말한다. 베토벤이 간경변에 걸려 죽었다는 데는 학자 간에 이견이 없다. 저자는 그가 알코올의존증에 의한 간경변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베토벤은 식사할 때마다 1L짜리 와인을 한 병씩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작곡가의 사망 원인뿐 아니라 그들이 지녔던 기이한 생활습관과 가족생활도 소개한다. 모차르트는 이성의 ‘배설물’에 집착하는 이상 성욕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1992년 영국 의학 잡지에는 ‘모차르트의 분뇨음욕증’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바이올린의 귀재’ 파가니니의 연주력에는 그의 기형적인 체형이 한몫했다는 주장도 실었다. 파가니니의 주치의는 “만일 그의 어깨와 수족이 그렇게 독특한 구조가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우리가 극찬하는 명연주자 파가니니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파가니니는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높았고, 손의 크기는 보통이었지만 손을 힘껏 펴면 엄지손가락에서 새끼손가락 사이의 거리가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드뷔시는 그림 솜씨가 뛰어났다. 그림은 빨리 그렸지만 작곡 속도는 느려 때로는 음표 몇 개를 그리는 데 며칠이 걸렸다. 드뷔시 자신도 “이런 식으로 작곡하느니 차라리 위조지폐를 그리는 편이 낫겠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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