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공부… 소설로 만나는 퇴계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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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흔 씨, ‘퇴계에게…’ 펴내

퇴계 이황은 젊은 시절 초시(初試·조선시대 과거의 1차 시험)에 세 번이나 낙방했으나 평생 공부에 몰두한 끝에 대학자로 이름을 떨쳤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예담)에서 저자 설흔 씨(사진)는 이런 퇴계의 면모와 사상을 소설로 풀어냈다. 그는 “퇴계는 평생 공부에 몰두했으며 퇴계의 삶이 바로 공부법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를 소설 형식으로 조명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2007년 박현찬 씨(스토리로직 대표)와 공동 저작으로 펴내기도 했다.

책에는 말년의 퇴계가 등장한다. 그는 제자 이함형, 노비 돌석과 함께 청량산 오가산당에 들어가 나흘 동안 신분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제자를 받아 가르침을 준다. 대장장이 할아버지 배순, 의원의 딸 난희가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다.

저자는 퇴계가 직접 쓴 글이나 편지, 혹은 유교 경전의 구절을 바탕으로 소설 속 퇴계의 말을 재구성했다. 나이 들어 공부를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배순에게는 ‘논어’의 구절을 읊어주며 “스스로 안달복달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공부를 잘할 수 없다”고 격려한다. 성격이 급한 난희에게는 더러운 거울을 닦게 하며 힘들어도 꾸준해야만 공부가 수월해진다는 교훈을 준다. 신분이 낮은 이와 여인을 제자로 받는 데 불만을 나타내는 이함형에게 “자기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 주고, 자기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인(仁)의 마음, 공부한 자의 마음일세”라고 꾸짖기도 한다.

먼저 떠나보낸 아들과 형을 늘 그리워했으며, 지적 능력이 떨어지던 부인 때문에 평생 번민했던 퇴계의 개인적 삶도 책속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설 씨는 “퇴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며 사람들이 퇴계를 더 공부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핵심으로 꼽는 퇴계의 공부법은 바로 성학십도(聖學十圖) 제9도 ‘경재잠(敬齋箴)’ 중 주일무적(主一無敵)이다. 단 하나를 붙들 뿐 다른 데로 가지 말라, 즉 한 번에 하나씩만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설 씨는 “이 기본 태도가 갖춰져야 그 이상의 공부법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책에서 신분 때문에 마음껏 배우지 못했던 노비 돌석은 퇴계의 마지막 제자가 된다. 퇴계는 돌석을 면천시켜 떠나보내며 마지막 가르침을 준다.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아는 걸 넘어서 일상 자체가 배운 대로 행해질 때 가능한 것이야. … 공부는 그렇듯 일상에서 쉼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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