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발레 ‘차이코프스키’ ‘오네긴’

  • 입력 2009년 9월 14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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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와 관련된 두 개의 발레 공연이 주말 가을 무대를 수놓았다. 13일 끝난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가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생애를 다룬 전기(傳記) 발레라면 20일까지 무대에 오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은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발레. 푸시킨의 ‘오네긴’은 차이콥스키가 생전에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라고 말한 바 있으며 발레 ‘오네긴’에는 차이콥스키의 알려지지 않은 곡이 사용됐다.

(차이코프스키의 외래어 표기 원칙은 차이콥스키이며, 기획사가 붙인 공연 제목은 고유명사로 인정해 차이코프스키로 씁니다.)

거장의 내면 섬세한 표현

○ ‘차이코프스키’(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예이프만의 작품. 동성애자라는 현실과 창작의 고통에 서서히 파멸해가는 차이콥스키의 내면에 주목했다. 고뇌하는 차이콥스키의 독무(獨舞)는 기교보다 섬세한 내면 표현이 도드라졌고, 군무(群舞)는 고르지 못했지만 힘이 넘쳤다. 특히 고통에 흐느적거리는 차이콥스키와 강렬한 그의 분신이 몸을 뒤섞는 2인무는 애크러배틱에 가까웠다. 차이콥스키 역을 맡은 블라디미르 말라코프를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의미 있는 무대였다. 베를린 슈타츠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예술감독인 말라코프는 일본에서 ‘발레계의 용사마’에 비유되는 발레스타. “발레리나보다 환상적인 몸의 곡선”이라는 평을 들었던 그의 나이는 41세. 이제야 국내 무대에서 그를 만나게 돼 아쉽지만 그 역할이 차이콥스키라는 건 다행이었다. 차이콥스키의 내면은 지금의 그였기에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고난도 동작에 밋밋한 표정 아쉬움

○ ‘오네긴’(서울 LG아트센터)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을 이끌었던 안무가 존 크랑코의 대표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권을 따내 무대에 올렸다. ‘오네긴’은 오만하고 충동적인 ‘나쁜 남자’ 오네긴과 순박한 처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다. 인물의 심리 묘사와 극적 구성을 앞세운 드라마 발레로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2인무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두 주연의 심리를 읽을 수 있는 하이라이트다. 특히 3막의 ‘회한과 오열의 2인무’는 타티아나(강미선)에게 다시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오네긴(이현준)과 이를 거절하는 타티아나의 마음을 묘사하고 있다. 이 2인무에서 이현준의 고난도 동작에는 실수가 없었지만 얼굴에 풍부한 표정이 담기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새 무대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돋보였다. 막이 바뀔수록 앙상해지는 나무 몇 그루로 타티아나의 심리를 반영한 점이나 검은 막이 쳐지며 오네긴의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02-2005-011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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