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통한 소통 가능성 확인했어요”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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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새 작품집 ‘세계의…’ 낸 김연수 씨

소설가 김연수 씨(39·사진)는 부지런한 작가다. 1993년 등단한 뒤로 소설책만 10권을 펴냈다. 대략 1년에 한 번꼴인 셈이다. 이번에 나온 신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문학동네)가 10번째 책이다.

현재도 장편소설 두 편을 문예지에 연재 중인 그가 신작소설 출간을 맞아 9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와 만났다. 이번 작품집은 2005년부터 올여름까지 쓴 단편 9편을 묶어낸 것으로 마흔을 맞아 낸 첫 책이기도 하다. “청년기가 끝이 난 건가”라고 자문하며 웃음 지은 작가는 “나 자신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바깥 세상에 관심이 커지는 시기에 쓴 것인 데다 소설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여러 면에서 전환을 이루는 책”이라고 말했다.

수록작들에선 ‘이국적인 분위기와 유려한 번역투’(평론가 신형철)가 도드라지는 김연수식 문체, 촘촘히 엮인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우울하면서도 잔잔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10대 소녀가 여름 밤 휴양지에서 겪는 일을 통해 개인의 세계가 균열 붕괴되는 과정을 낭만적인 필치로 그려낸 ‘기억할 만한 지나침’, 주인공이 한 편의 시와 몇 가지 우연을 매개로 죽은 시인이 남긴 편지의 수신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을 실었다. 작가는 “행복했던 순간들이란 건 안간힘을 썼을 때 기억인 것 같다”며 “절망과 고통에 대해 쓰고 있지만 반어적으로는 그게 사랑의 경험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숭례문 화재 사건에 대한 느낌이 반영된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처럼 사회적인 사건들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소설 속에 녹아든 것도 특징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선지 사회의 고통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다루는 건 소설가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소설이란 어쨌든 계속 이야기를 해나가는 것이니 앞으로도 사회적 주제를 다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고정 독자 3만∼5만 명을 가진 작가로 꼽힌다.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의 작품들은 수만 권씩 나갔다. 그는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다음 작품을 계속 쓸 수 있는 정도’가 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태”라며 “이번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는 동안 더욱 많은 분이 제 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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