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전쟁 비즈니스’의 희생자,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그들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 용병/로버트 영 펠튼 지음·윤길순 옮김/496쪽·2만3000원·교양인

캐나다 출신의 탐사보도 전문가인 저자는 “전쟁에서 충성심, 도덕적 명분은 사라지고 돈이 모든 걸 좌우한다”며 “민간 군사기업이 정규군을 대신하고 있는 새로운 전쟁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2003년 가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에서 청부인들로 구성된 비밀작전 팀을 만나면서 용병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됐다. 그후 3년간 용병 기업과 용병들을 직접 만나 실체를 추적한다.

저자는 “미국에서 민간 군사기업의 성장은 1990년대 초의 냉전 종식, 군비 축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군의 현역 병력이 30% 이상 감소했는데 미국 국방부는 그 공백을 아웃소싱을 통해 메워나갔다. 무엇보다 9·11테러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이 민간 군사기업 성장의 전기가 됐다.

현대 용병 기업의 효시인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스’는 1990년에 설립됐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퇴역 군인이 주축이 된 이 회사는 당시 앙골라와 시에라리온 내전에 정부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막대한 돈을 챙기고 문을 닫았다. 이 회사 핵심 멤버들은 이후 ‘샌드라인’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만들어지면서 민간 군사기업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오늘날 많이 알려진 미국의 용병 회사로는 ‘블랙워터’, ‘다인코프’, ‘트리플 캐노피’ 등이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네이비실이나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 출신이거나 전직 경찰들이다. 저자는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돌격대 역할을 했던 폭력단원, 석사 출신의 지식인 용병도 만났다. 저자는 “경비원 노릇을 하는 것보다 벌이가 좋아서 용병을 한다고 고백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하면서도 용병의 문제점을 이렇게 진단했다.

“정부가 용병을 쓰는 이유는 저비용 고효율 때문이다. 군사 업무 아웃소싱을 통해 정부는 비용을 절감하면서 정치적인 책임까지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법과 언론의 감시를 받지 않는 것도 용병의 문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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