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日서 ‘사찰 순례’ 길을 찾다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스님 23명, 日 33관음성지순례 연수

“1274년과 1281년, 몽골이 두 차례 침입했을 때 이 목조 천수관음보살상 앞에 스님들과 불자들이 모여 기도를 올렸죠. 일본인들은 1000여 년 전 만들어진 관음보살상이 당시 나라를 지켜주었다고 믿으며 해마다 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21일 일본 후쿠오카 현의 센뇨(千如)사. 동해가 바라보이는 산 중턱의 유서 깊은 절에 한국 스님들로 구성된 33관음성지순례 연수단이 주지의 설명을 귀담아듣고 있었다. 이 절은 규슈 서국 33관음성지의 29번째 사찰로 관음성지는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뭇 중생을 보살핀다는 관세음보살상이 있거나 관련 유물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불자들은 ‘세상에는 자비로운 33관음보살이 있어 천상천하 지상지하의 모든 사람으로 화신(化身)한다’고 믿고 있다.

한국의 스님들이 이미 문화이자 관광상품의 하나로 정착한 일본의 관음성지 순례사업을 배우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최근 한국의 관음성지 순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관음성지 33곳은 인천 강화군 보문사, 경남 남해군 보리암 등이며 이 중 사찰 23곳에서 온 스님 23명이 이번 연수에 참가했다.

일본에서는 불자들의 관음성지 순례가 활발하다. ‘33관음성지순례 코스’가 80여 개나 있어 해마다 700만∼800만 명이 순례에 참여한다. 순례자들은 33곳 모두에서 순례 확인 도장을 받으면 사후에 정토에 갈 수 있다고 믿어 죽을 때 이 도장을 받은 종이를 관 속에 넣기도 한다.

불교사업단 “템플스테이 이은 관광상품으로 개발”

한국의 스님들은 22일 일본 히로시마 현의 세계문화유산 이쓰쿠시마 신사에 딸린 주고쿠지방 14번째 관음 사찰 다이쇼인(大聖院)을 둘러본 뒤 일본 33관음성지 사찰 스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일본 측 스님들은 “한국의 33관음성지순례코스에 일본 불자들과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산사 일감 스님은 “지난해에만 일본인 20여 명이 절을 찾아왔다. 이번에 일본의 사찰문화를 익혔으니 앞으로 일본인들을 맞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암의 한효 스님은 “일본 사찰들이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 사찰순례를 흥미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처럼, 우리도 사찰마다 독특한 기념품을 만들고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진경 스님은 23일 “한국에서는 아직 도선사의 108산사순례나 범어사의 관음성지 순례 등 일부 사찰만 순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리를 잡은 템플스테이에 이어 33관음성지 순례사업이 내실 있는 불교관광상품이 되도록 불교계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스님들은 23일 시코쿠 지역의 야시마사와 젠쓰우사 등을 둘러봤으며 25일까지 모두 8곳의 관음성지를 순례할 예정이다.

히로시마=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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