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즐거움 20선]<16>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 온 가족이 함께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한동신 지음/다밋

《“취직도, 과외도, 돈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고,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아내와 나는 부자도 아니고 가진 것도 많지 않다. 그나마 갖고 있는 것마저도 훗날 아이들에게 꼭 줄 수 있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장해 줄 수 없는 미래보다 부족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하기로 했다.”》

해발 5000m서 ‘가족’을 찾다

건축사무소 대표인 아버지,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는 어머니, 각각 대학 졸업반과 고등학생인 첫째와 셋째아들. 군복무 때문에 불가피하게 빠진 둘째를 제외한 가족 네 명이 2004년 7월 히말라야를 올랐다.

가족 각자에게는 취업, 진학, 회사일, 자원봉사 등 나름대로의 일상이 존재한다. 일상을 멈추고 길을 떠나는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가족 모두가 균형의 추를 맞추기 위해 평소에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 즉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은 것들을 적당히 덜어내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행에는 38일,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꼬박 걸렸다.

책을 쓴 아버지는 현지에서 구입한 생수 가격까지 기록하는 꼼꼼함을 발휘했다. 여행 전 어떤 코스를 선택할지부터 고산병 이기는 법, 관광지 정보, 포터 구하는 법, 꼭 챙겨야 할 물건 등 현지에서 직접 실수를 겪으며 얻어낸 정보가 담겼다.

여행 중 가족을 가장 괴롭힌 건 고산병이다. 네팔로 들어가기 전 경유지인 티베트 라싸로 비행기를 타고 오는 관광객은 평균고도 3500m의 고산지대에 갑자기 적응해야 한다. 이들 가족 역시 도착 첫날부터 밤새 ‘먹은 음식을 호텔 화장실에 고스란히 반납’하며 고산지대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른다.

낯선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배가 홀쭉해질 정도로 살이 빠지고, 열흘 동안이나 제대로 샤워도 하지 못하는 고생을 겪으면서 이들이 의지한 것도 바로 가족이다. 가족 중 아무도 몸무게를 몰라 0.1톤으로 ‘추정’한다는 막내는 고소증세 때문에 트레킹 내내 고생한다. 하지만 트레킹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는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의 짐을 대신 들어주며 “힘내세요”라고 말한다. 사방으로 눈 덮인 산이 보이고 저 멀리서는 눈사태로 일어나는 굉음이 들리는,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치도 힘을 북돋운다.

여행 시작 28일, 트레킹 시작 16일 만에 가족은 드디어 해발 5360m인 고쿄피크 정상에 오른다. 숨쉬기도 힘든 정상 언덕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벅찬 마음도 서로를 믿고 의지해온 가족이 있기 때문에 한층 크다.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말없이 눈으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였다. 집을 떠나온 지 28일, 티베트를 거쳐 히말라야의 마지막 정상에 함께 올라선 우리는 ‘가족이 함께했다’는 강한 감동에 전율을 느꼈다.”

가족은 트레킹에서 돌아온 뒤에도 걷기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행 중 어학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첫째는 어학연수를 시작했고 막내는 히말라야 고봉을 올랐다는 자신감으로 입시 공부에 열중한다. 아버지는 여행을 통해 가족이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은 우리 가족 각자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고 목표를 향해서 힘차게 나아갈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우리 가족이 편안함과 타성에 익숙해져 있을 때, 다시 떠날 기회를 만들고, 또 기회가 올 것이라 희망하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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