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전문지 ‘SPACE’ 내달 500호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건축전문지 ‘공간’은 7월 500호 발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옥 외벽에 건물 내부공간을 그려 넣은 대형 가림막을 3주간 공개한다. 사진 제공 공간사
건축전문지 ‘공간’은 7월 500호 발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옥 외벽에 건물 내부공간을 그려 넣은 대형 가림막을 3주간 공개한다. 사진 제공 공간사
1966년 11월 ‘空間’으로 첫 발간

7일 사옥서 다양한 문화축제

“등사판을 손수 긁는 한이 있더라도 발행을 계속하겠습니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75년 9월 ‘공간’ 창간 100호를 기념해 쓴 인사말이다. 한국 최초의 건축전문 월간지 공간이 7월호로 500호를 맞는다.

김 씨는 1966년 11월 ‘사라져가는 문화의 흔적을 기록해 담아내는 종합예술전문지’를 취지로 공간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건축은 물론이고 미술, 무용,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영역을 기사의 소재로 삼았다.

공간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활동 등을 소개하면서 1980년대까지 한국 문화계의 담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75년 10월 100호 발행 기념으로 서울 명동극장에서 연 공연에서는 황병기, 홍신자 씨의 ‘미궁(迷宮)’을 초연해 화제를 모았다.

500호를 이어 오는 동안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자금난으로 폐간을 고민하던 1997년 11월 360호부터 공간은 건축전문지로 성격을 바꾸고 건축, 도시, 디자인 기사에 집중했다. 이때 제호를 지금의 영문 ‘SPACE’로 바꿨다. 이후 ‘20세기를 이끈 건축가’ ‘아시아의 도시’ 시리즈 등으로 독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1996년부터 3대 발행인을 맡고 있는 이상림 대표(54)는 “재정난보다 큰 어려움은 공간만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일”이라며 “문화적 담론이 부재한 시대에 맞지 않는 고민일 수도 있지만 건축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7월 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원서동 사옥에서 500호 발행을 기념해 개최하는 문화축제 ‘SAPCE 500, 순간을 나누다’는 창간 당시 의미를 새기며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교류하는 자리다. 야외 마당에서는 민속학자 심우성 씨(75)의 1인 무언극과 디지털아트그룹 ‘태시트’의 퍼포먼스가 열린다. 심 씨는 민속극에 쓰는 종이인형, 노루 뿔로 만든 종, 무속 굿에 쓰는 3색 깃발을 이용해 사옥이 위치한 장소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태시트는 신사옥 벽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전자 음향과 디지털 영상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다.

설치미술가 한성필 씨는 ‘장소의 기록, 기억의 재현’이라는 주제로 야외 기획전을 연다. 공간 사옥의 실내 이미지를 담은 대형 가림막을 7월 1일부터 3주간 사옥 외벽에 걸어 놓는 것.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건물의 해부도와 같은 그림을 보여줌으로써 ‘공간’의 의미를 환기시킨다는 취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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