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77>子曰, 論篤을 是與면 君子者乎아…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언론과 덕행의 불일치를 경계하는 공자의 이 말은 ‘논어’ ‘先進(선진)’편에 들어 있다. 論篤은 말하는 것이 도리에 부합하여 그럴싸함을, 是는 앞에 나온 論篤의 사람을 가리킨다. 與는 許與(허여)로, 옳다고 찬성함이다. 한문에서는 동사인 술어가 앞에 오고 목적어인 빈어가 뒤에 오지만 빈어가 지시대명사면 앞에 두어 강조할 수 있다. 君子者乎는 그 論篤의 사람이 군자다운 사람인가 半信半疑(반신반의)하는 말이다. 色莊者乎의 주어도 그 論篤의 사람이다. 色莊은 외부에 나타나는 언어나 용모가 莊嚴(장엄)함을 말한다. ‘∼乎, ∼乎’는 ‘∼일까, 아니면 ∼일까’라고 묻는 어구이다.

군자는 언어나 용모가 그 내면과 일치하여 表裏(표리)가 한결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色莊者는 겉으로는 장엄하지만 안으로는 약하고 몹쓸 자이다. ‘憲問(헌문)’편에서 공자는 “有德者(유덕자)는 必有言(필유언)이어니와 有言者(유언자)는 不必有德(불필유덕)이니라”고 했다. 내면에 덕을 지닌 사람은 善言(선언)을 하게 되지만,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내면에 덕을 갖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색장자의 언론이 독실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얼른 인정하고 편들면 안 된다고 공자는 가르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론이 독실하면 그대로 그 사람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정약용은 지인의 회갑을 축하하여 지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식에 대해서는 걱정을 마라, 그대의 지식은 이미 넉넉하지만,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이것을 논독이라 하느니라(毋患于知 汝知旣足 知而勿踐 時謂論篤).” 나도 혹 시류에 휩쓸려 논독을 꾀하는 것은 아닌가? 부끄럽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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