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발목잡힌 미디어발전위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의식조사냐 여론조사냐’ 盧서거후 원점 회귀

활동종료 12일 남기고 ‘여야 대리전’ 평행선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산하에 설치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의 활동 기한이 25일로 끝난다. 그러나 미발위는 여론조사 형식을 놓고 의견이 뚜렷이 갈려 있다. 3월 출범할 때부터 여론조사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12일 오전 열린 제16차 전체회의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추천위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합의’ 무산

미발위 여야 추천위원들은 지난달 22일 인천지역 공청회를 마친 뒤 사실상의 여론조사를 포함한 4개 항에 합의했다. 4개 항은 △활동시한 확인 △지상파방송 3사 및 YTN에 TV토론 요청 △지역 여론수렴을 위한 종합토론회 개최 △수용자 인식조사 실시 등이다. 향후 일정에도 합의했다. 미발위 출범 이후 최대 쟁점이던 여론조사 실시에 대해 여야 위원들은 한 발씩 양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 내놓은 미디어수용자 인식조사에 민주당 측의 미디어관계법 관련 주제에 대한 설문을 포함시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에서 조문 기간에 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합의 철회를 선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발위는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2주 동안 내내 겉돌았다.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이 4개 항 합의를 전면 철회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합의한 일정을 취소한다는 것이지 합의 자체를 철회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00일간 여론조사 입씨름

12일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측은 25일까지 철회된 4개 항을 다시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4개 항 가운데 ‘수용자 의식조사 또는 실태조사’ 말고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면서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한나라당 측 김우룡 공동위원장(한양대 석좌교수)은 “여론수렴이 곧 여론조사는 아니다”며 “25일 결과보고서 작성에 합의한다고 (민주당 측이)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길모 위원(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도 “그저 여론조사를 해서 문방위에 전달하는 것이 미발위 역할이었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측 이창현 간사(국민대 교수)는 “일정이 빠듯하다고 해서 여론조사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영묵 위원(성공회대 교수)은 “여론조사를 포함한 실태조사를 다음 주에 하는 등 4개 항 합의를 충분히 소화하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발위는 15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여야 어느 쪽도 향후를 전망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한나라당 측은 4개 항 합의대로 수용자 의식조사 내지는 실태조사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여론조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이다. 반면 민주당 측은 여론조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측 위원 사이에 이견이 드러나기도 했다. 양문석 위원(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왜 비굴하게 우리가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느냐. 차라리 퇴장하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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