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빛’ 청자 ‘千의 얼굴’ 뽐내다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호림박물관의 특별전에서 공개되는 국내 최대 고려청자 항아리. 높이가 48㎝이고 청자 몸통에 도깨비를 연상시키는 동물얼굴의 귀면이 장식돼 있다.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호림박물관의 특별전에서 공개되는 국내 최대 고려청자 항아리. 높이가 48㎝이고 청자 몸통에 도깨비를 연상시키는 동물얼굴의 귀면이 장식돼 있다. 사진 제공 호림박물관
지름 50cm 항아리 - 상감장구 - 향로 등 희귀 청자 공개

국내에서 가장 큰 청자 항아리가 처음 공개된다. 장구와 장식 타일, 난간 기둥 등 고려청자에서 보기 어려운 특이한 형태의 청자도 여러 점 볼 수 있다.

호림박물관(서울 관악구 신림동)은 19일∼9월 20일 170여 점의 명품 희귀 도자기를 전시하는 ‘강남 도심에서 청자의 숲을 거닐다’ 특별전을 연다.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과 함께 한국 3대 사립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호림박물관이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내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개관을 기념하는 전시다. 현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밀집한 반면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박물관이 적은 서울 강남에서 고려청자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청자상감모란운학문귀면장식대호(靑磁象嵌牡丹雲鶴文鬼面裝飾大壺·13세기)는 고려청자 항아리 중 가장 큰 작품으로 높이 48cm, 몸통 지름 50cm에 이른다. 모란과 구름, 학 무늬가 화려하다. 항아리 몸통 4곳에 도깨비 얼굴로 추정되는 귀면 장식이 있다는 점도 특징. 귀면이 장식된 고려청자는 거의 없다.

호림박물관 유진현 학예연구원은 “이화여대박물관에 있는 용무늬 청자 매병은 높이가 86cm이지만 조각들을 모아 복원한 데다 밑 부분은 추정 복원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하는 청자대호가 완벽한 형태로 남은 청자 항아리 중 가장 크다”고 말했다. 국보 309호, 310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달항아리 백자는 높이가 약 45cm다.

청자상감운학모란문장고(靑磁象嵌雲鶴牡丹文杖鼓·13세기)는 구름과 학, 모란을 화려하게 장식한 청자 장구(악기)다. 고려 왕실이나 귀족, 사찰의 의례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감기법(표면에 선을 파내고 백토나 자토를 채우는 것)으로 제작된 고려청자 장구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청자상감쌍봉규화문도판(靑磁象嵌雙鳳葵花文陶板·13세기)은 궁궐이나 사찰의 벽면을 화려하게 장식한 도자기판(타일)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35.1×36.3cm) 이 장식 타일은 현존하는 청자 타일 중 가장 크다. 봉황과 접시꽃을 그려 넣었다.

청자철화연당초문난주(靑磁鐵畵蓮唐草文欄柱·12세기)는 난간 기둥(난주)으로 추정되는 기이한 청자다. 연꽃과 덩굴무늬의 이 청자는 술, 음식을 담은 병이나 항아리, 그릇이 아니다. 목조건축의 난간 기둥을 닮았다. 유 학예연구원은 “불상 등 중요한 물건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에 사용된 난간 기둥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청자양인각파룡문향로(靑磁陽印刻波龍文香爐·12세기)는 파도를 배경으로 용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국보 222호 청화백자매죽문호(靑華白瓷梅竹文壺·매화와 대나무 무늬 청화백자 항아리·15세기) 등 국보 8점, 보물 46점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호림박물관답게 이번 전시작에도 고려청자 비색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보물 1540호 청자표형주자(靑磁瓢形注子·조롱박 모양의 청자 주전자·12세기) 등 보물 6점이 포함됐다.

호림박물관은 제1전시실을 무늬 없는 비색의 순청자로, 제2전시실을 상감청자와 철화청자로, 제3전시실을 작은 청자그릇 중심으로 꾸몄다. 02-541-3523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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