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회화의 힘’을 의심하는가…공성훈 ‘겨울풍경’전

  • 입력 2009년 6월 11일 02시 55분


공성훈의 ’겨울풍경’전에 선보인 ’나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화가의 주관적 감정이 녹아든 작품이다. 사진 제공 아트포럼뉴게이트
공성훈의 ’겨울풍경’전에 선보인 ’나무’.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화가의 주관적 감정이 녹아든 작품이다. 사진 제공 아트포럼뉴게이트
그는 풍경을 그린다. 분명 눈에 익숙한 풍경인데 화가의 손을 거치면 예사롭지 않고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한밤의 개, 서울의 근교 풍경, 근린자연을 담은 작품에 이어 그가 이번엔 겨울이야기를 캔버스에 담았다. 2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열리는 공성훈 씨(44·성균관대 교수)의 ‘겨울풍경’전.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순수 회화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하지만 회화의 힘은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는 전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마다 금세라도 뭔가 일이 벌어질 듯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달빛마저 숨어버린 구름장 아래 홀로 선 겨울나무, 얼어붙은 호수가에 모여든 오리들, 비행기가 지나간 흔적이 남은 파란 하늘 등. 일상과 동떨어진 소재가 아니지만 ‘공성훈표 풍경’은 마치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낯설고 이질적이다. 이를 순수한 풍경으로, 혹은 은유와 상징을 녹여낸 풍경으로 받아들일지 그 선택은 보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다.

그는 스타작가와 거리가 멀지만 회화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풍경이 지닌 독창성을 주목한다. 전시장을 찾은 화가 오원배 씨는 “과거에는 ‘회화=풍경’이라고 생각했으나 최근 들어 풍경이란 용어 자체를 진부하게 생각하면서 입지가 위축됐다”며 “공 씨는 낡은 틀을 뛰어넘어 시대성을 담은 새로운 풍경을 선보인 화가”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회화예술은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오늘날, 그의 작품은 회화예술이 본래 무엇이었던가를 묻는 것 같은 그림”이라고 평했다.

회화를 전공한 공 씨는 개념적 설치작업과 미디어 작품 등 여러 표현 방법을 탐색하다 2000년 이후 다시 캔버스로 돌아왔다. ‘한곳에 정착하여 이것이나 다른 것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로서 핵심적인 활동이다’고 믿는 작가. 스스로에 대한 배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그는 아직도 보여줄 게 무궁무진한 작가다. 02-517-901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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