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정치 강화해야 국민적 에너지 결집”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소통’주제 사회학대회 여는 김문조 학회장

“한국 사회에서는 ‘감성적 다수’를 전제로 한 의사소통체계를 찾는 일이 시급합니다.”

한국사회학회가 19, 20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소통, 연대, 사회통합’을 주제로 사회학대회를 연다. 대회의 취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사회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서로 통합의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학회장인 김문조 고려대 교수(60·사회학)를 9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사회는 정부와 시민사회뿐 아니라 (이념과 사상이 다른) 여러 그룹 간의 소통 수준이 극히 낮은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소통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감성적 다수’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몽된 공중(公衆) 간의 이성적 담론을 중심으로 하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합리성’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격정적이고 열광적이며 때론 샤머니즘적인 ‘감성적 다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언제든지 감동할 준비가 돼 있는 그들은 ‘노빠’와 ‘황빠(황우석 박사 지지자)’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전 국민적 추모열기를 만든 애도행렬과 충남 태안반도에서 기름때를 닦고 걷으며 땀 흘린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집권세력이 감성정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성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는 집권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국민은 집권자에게 이성적인 판단뿐 아니라 감성적인 공감을 요구하는데 끊임없이 울림이 없는 연주를 해서는 곤란합니다.”

또 김 교수는 사회통합의 조건으로 제도에 우선하는 정서적인 ‘호혜적 유대’ 개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저명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사회구성원 간의 존중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타고난 재능은 불평등하지만 개인들이 심정적으로 상호 존중하게 되면 기부와 자선행위를 시작으로 물질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제도적인 수준에서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개념이 ‘호혜적 유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혜적 존중, 호혜적 유대를 통한 사회통합이 이뤄지려면 지금처럼 ‘들뜬 사회’가 아닌 ‘차분한 사회’, ‘격돌하는 사회’가 아닌 ‘부드러운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계가 사회적 지향점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는 자성도 했다. 그는 “소통하지 않는 정부도 문제지만 그것을 비판하는 집단도 똑같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현 시국을 통찰해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하고 제시하는 역할에 지식인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사건사와 중기지속적 국면사, 장기지속적 구조사가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학계를 비롯해 대부분 사건사만 붙잡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국면전환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단기적 사건이라면 남남갈등과 각종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체제 안정적인 국면을 회복하는 중기적 국면으로 나아가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모색하는 게 국가 전체로 볼 때 시급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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