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간,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40년 뒤 미래 서울에서 희생자의 뇌를 적출해 가는 의문의 연쇄살인과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 은석범 검사의 이야기가 긴장을 더하고 있다.
방송인 남희석 씨(38)는 “‘눈먼 시계공’을 한 회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며 “지금까지 여러 일간지의 연재소설이 윷놀이나 팽이 돌리기를 한 것과 같다면 동아일보 연재는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남 씨는 이 소설의 9회에서 보노보 방송국의 ‘개국 축하쇼’를 진행하는 ‘로봇 MC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눈먼 시계공’ 내일 본보연재 100회… 방송인 남희석 씨-공동집필 김탁환 교수 대담
■ 남희석 씨
“초반 ‘생소함’ 버텨내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 열려”
■ 김탁환 씨
“리얼리티 최대한 살리려 현재-미래 연속성 유지”
남 씨와 김탁환 교수(41)는 3년 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처음 만난 뒤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이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에서 만나 ‘눈먼 시계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남희석=‘불멸의 이순신’ ‘혜초’ 등 역사 소설을 써온 작가여서 이번 장르는 생소하다. 거북선 만들던 시대에서 갑자기 ‘에반겔리온’이나 ‘은하철도 999’ 시대로 넘어갔다고 할까. 역사에서 뒤질 게 끝나서 미래로 가신 건가.
김탁환=(웃음) 아니다. ‘지식소설’에 익숙해져서다. SF 장편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역사소설이든 SF든 모두 지식소설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축적하면 과거도 쓸 수 있고 미래로도 갈 수 있다. 국내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계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SF가 침체돼 있었다. 관심 있는 작가, 감독은 많아도 섣불리 시도를 못한다. 동아일보의 새로운 시도와 내 소설이 그런 면에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남=‘혜초’ 등 김 교수의 작품은 초반 50쪽만 잘 버티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데 ‘눈먼 시계공’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처럼 서사가 튼튼한 토종 SF가 바탕이 된다면 문학이나 영화계의 새로운 붐도 기대해볼 만한 것 같다. 요즘 서점엔 온통 일본소설뿐인데, 다양한 소재와 형식 파괴를 시도하는 국내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눈먼 시계공’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과학자(정재승 교수)와의 공동 저술처럼 색다른 시도도 적극 반겨야 할 일이다. 앞부분은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좀 헤맨 게 사실이지만….
김=미래사회에 대한 배경 설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이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김=근(近)미래를 다룬 소설인 만큼 사회 각 분야의 미래를 현재와 연속성 있게 다뤄 리얼리티를 높이고자 했다. 연예인들 중에는 ‘로봇 MC남’처럼 로봇화돼 젊음과 인기를 유지하는 쪽도 있을 것이고 아날로그화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로봇 격투대회가 한창 진행됐을 때 축하공연 진행자로 로봇 MC남을 여러 번 등장시킬까 하는데 어떤가?
남=영광이다. ‘오래가는 개그맨’이 내 꿈인데, 40년 후에도 로봇 MC로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그리다니 제대로 보셨다. (웃음) 같이 쓰시는 정재승 교수, 김한민 삽화가도 뛰어난 것 같다. 문과 중심의 풍토에서 이과로 월경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것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일일 연재나 공동 작업의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김=전혀. 오히려 연재가 체질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웃음) 글쓰기는 무척 외로운 작업인데 함께 의논하고 작업을 진척시킬 동료가 있으니 든든하고 즐겁다. 과학적 작업 방식에 길들여져서인지, 마감 압박도 별로 없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남=그러시다면 독자로서 한 가지 요청을 해도 될까. 국가단위가 없어지고 특별시 체제로 편입된 2049년을 다루고 있는데, 2018∼2020년경 한국의 정치·경제, 남북문제를 짚어줬으면 한다. 남북은 어떻게 통일됐는지, 종교는 어떻게 퇴색됐는지, 그때쯤 빈 라덴은 살아 있을지, 너무 궁금한 게 많다. 이참에 전쟁이 한 번 나는 건 어떤가?
김=안 된다. 그러면 일이 커진다. (웃음) 궁금해하는 점을 참고로 해 차차 다뤄 보도록 하겠다.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진 ‘워밍업’에 지나지 않았단 거다.
남=나도 독자들에게 당부 드리고픈 말이 있다. 앞부분 못 읽은 독자들은 지금부터 합류해도 전혀 문제없다. 장담하건대 100배는 재미있어질 것이다. 과학적 설정인지, ‘화성침공’에서 외계인 튀어나오는 것처럼 황당한 설정인지 따지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눈 먼 시계공’ 이것이 궁금하다
연쇄살인범 7월 윤곽… 미래의 실험들은 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