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튼튼… 토종SF 붐 기대”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1분


소설가 김탁환 씨(앞)와 절친한 사이인 방송인 남희석 씨는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소설 ‘눈먼 시계공’의 애독자다. 남 씨가 “소설의 자료 수집, 집필 과정의 비밀도 안다”고 말하자 김 씨는 “나는 남희석 씨가 사이보그란 비밀을 안다”고 응수했다. 박영대 기자
소설가 김탁환 씨(앞)와 절친한 사이인 방송인 남희석 씨는 동아일보에 연재 중인 소설 ‘눈먼 시계공’의 애독자다. 남 씨가 “소설의 자료 수집, 집필 과정의 비밀도 안다”고 말하자 김 씨는 “나는 남희석 씨가 사이보그란 비밀을 안다”고 응수했다. 박영대 기자
김한민 씨 삽화에서 ‘로봇 MC남’으로 재탄생한 남희석 씨.
김한민 씨 삽화에서 ‘로봇 MC남’으로 재탄생한 남희석 씨.
‘눈먼 시계공’의 재미를 더해주는 김한민 씨의 일러스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눈먼 시계공’의 재미를 더해주는 김한민 씨의 일러스트.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김탁환, 정재승 KAIST 교수의 ‘눈먼 시계공’이 26일 100회를 맞는다.

로봇과 인간,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40년 뒤 미래 서울에서 희생자의 뇌를 적출해 가는 의문의 연쇄살인과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 은석범 검사의 이야기가 긴장을 더하고 있다.

방송인 남희석 씨(38)는 “‘눈먼 시계공’을 한 회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다”며 “지금까지 여러 일간지의 연재소설이 윷놀이나 팽이 돌리기를 한 것과 같다면 동아일보 연재는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남 씨는 이 소설의 9회에서 보노보 방송국의 ‘개국 축하쇼’를 진행하는 ‘로봇 MC남’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눈먼 시계공’ 내일 본보연재 100회… 방송인 남희석 씨-공동집필 김탁환 교수 대담

■ 남희석 씨

“초반 ‘생소함’ 버텨내니 완전히 새로운 세계 열려”

■ 김탁환 씨

“리얼리티 최대한 살리려 현재-미래 연속성 유지”

남 씨와 김탁환 교수(41)는 3년 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처음 만난 뒤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사이가 됐다. 두 사람이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에서 만나 ‘눈먼 시계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남희석=‘불멸의 이순신’ ‘혜초’ 등 역사 소설을 써온 작가여서 이번 장르는 생소하다. 거북선 만들던 시대에서 갑자기 ‘에반겔리온’이나 ‘은하철도 999’ 시대로 넘어갔다고 할까. 역사에서 뒤질 게 끝나서 미래로 가신 건가.

김탁환=(웃음) 아니다. ‘지식소설’에 익숙해져서다. SF 장편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역사소설이든 SF든 모두 지식소설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축적하면 과거도 쓸 수 있고 미래로도 갈 수 있다. 국내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계 등에서도 전반적으로 SF가 침체돼 있었다. 관심 있는 작가, 감독은 많아도 섣불리 시도를 못한다. 동아일보의 새로운 시도와 내 소설이 그런 면에서 관심을 받는 것 같다.

남=‘혜초’ 등 김 교수의 작품은 초반 50쪽만 잘 버티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데 ‘눈먼 시계공’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처럼 서사가 튼튼한 토종 SF가 바탕이 된다면 문학이나 영화계의 새로운 붐도 기대해볼 만한 것 같다. 요즘 서점엔 온통 일본소설뿐인데, 다양한 소재와 형식 파괴를 시도하는 국내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눈먼 시계공’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과학자(정재승 교수)와의 공동 저술처럼 색다른 시도도 적극 반겨야 할 일이다. 앞부분은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좀 헤맨 게 사실이지만….

김=미래사회에 대한 배경 설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연쇄살인이 시작됐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남=읽다 보니 결국 ‘사람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에 맥이 잡히더라. 초반의 복잡하게 얽힌 설정을 풀어 나가는 재미가 있는 게 형님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소설에서 내가 ‘로봇 MC남’으로 등장했다. 돈 안 받고 공짜로 출연한 건 처음이다.

김=근(近)미래를 다룬 소설인 만큼 사회 각 분야의 미래를 현재와 연속성 있게 다뤄 리얼리티를 높이고자 했다. 연예인들 중에는 ‘로봇 MC남’처럼 로봇화돼 젊음과 인기를 유지하는 쪽도 있을 것이고 아날로그화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로봇 격투대회가 한창 진행됐을 때 축하공연 진행자로 로봇 MC남을 여러 번 등장시킬까 하는데 어떤가?

남=영광이다. ‘오래가는 개그맨’이 내 꿈인데, 40년 후에도 로봇 MC로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그리다니 제대로 보셨다. (웃음) 같이 쓰시는 정재승 교수, 김한민 삽화가도 뛰어난 것 같다. 문과 중심의 풍토에서 이과로 월경해 문학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것은 의미 있는 성과지만 일일 연재나 공동 작업의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김=전혀. 오히려 연재가 체질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웃음) 글쓰기는 무척 외로운 작업인데 함께 의논하고 작업을 진척시킬 동료가 있으니 든든하고 즐겁다. 과학적 작업 방식에 길들여져서인지, 마감 압박도 별로 없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

남=그러시다면 독자로서 한 가지 요청을 해도 될까. 국가단위가 없어지고 특별시 체제로 편입된 2049년을 다루고 있는데, 2018∼2020년경 한국의 정치·경제, 남북문제를 짚어줬으면 한다. 남북은 어떻게 통일됐는지, 종교는 어떻게 퇴색됐는지, 그때쯤 빈 라덴은 살아 있을지, 너무 궁금한 게 많다. 이참에 전쟁이 한 번 나는 건 어떤가?

김=안 된다. 그러면 일이 커진다. (웃음) 궁금해하는 점을 참고로 해 차차 다뤄 보도록 하겠다.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말은 지금까진 ‘워밍업’에 지나지 않았단 거다.

남=나도 독자들에게 당부 드리고픈 말이 있다. 앞부분 못 읽은 독자들은 지금부터 합류해도 전혀 문제없다. 장담하건대 100배는 재미있어질 것이다. 과학적 설정인지, ‘화성침공’에서 외계인 튀어나오는 것처럼 황당한 설정인지 따지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정리=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눈먼시계공’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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