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은 오판-오만의 전쟁”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 美출간 ‘콜디스트…’국내 번역
소련 “한반도 무력도발에도 美는 가만 있을 것”
맥아더, 자아도취 빠져 중공 개입 없으리라 확신

《“모든 전쟁은 어떤 식이든 일종의 계산 착오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하지만 6·25전쟁은 양측 군대가 내린 모든 결정이 하나같이 잘못된 계산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에서 독특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콜디스트 윈터(The Coldest Winter)’에서 분석한 6·25전쟁의 발발 원인이다. 1964년 뉴욕타임스에 있을 때 베트남전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던 그가 6·25전쟁의 전 과정을 기록한 이 책이 번역 출간됐다.》

2007년 9월 미국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전쟁의 파편을 다시 되살려냈다’(뉴욕타임스), ‘이 책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과 우리가 잊지 못할 핼버스탬의 빛나는 업적을 상기시킨다’(시카고트리뷴) 등의 평가가 나왔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10년에 걸쳐 쓴 원고를 그해 4월 마무리한 지 닷새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책 출간을 보지 못했다.

저자가 책에서 내세우는 키워드는 ‘오판’이다. 6·25전쟁은 오판으로 발발했고, 전쟁 와중에도 오판과 계산착오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1950년 1월 12일 워싱턴에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반도를 미국의 아시아 방어선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자 소련은 한반도에서 어떤 무력도발이 있더라도 미국은 가만히 있을 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의 마오쩌둥도 미국이 ‘작은 영토(남한)’를 구하려고 참전하지 않을 거라는 데 동의했다. 김일성은 ‘남조선에 입성하기만 하면 남조선의 인민들이 남한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봉기할 것’이라고 믿었다. 미국도 오판했다. 더글러스 맥아더 사령관은 중공이 개입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미 육군의 전투력으로 인민군을 막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책의 또 다른 키워드는 ‘오만’이다. 맥아더의 오만과 미국의 오만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맥아더에 대해선 ‘마마보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했다.

“맥아더는 항상 자기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맥아더는 독단적이며 자기도취에 쉽게 빠지는 성격이다. 일본 전체가 자신을 신격화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렇게 되기를 열망했다.”

맥아더의 기세에 눌린 참모들은 허위보고를 내놓으며 맥아더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했다. 정보참모 찰스 윌로비는 중공군 30만 병력이 이미 한반도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중공군의 수를 1만6500∼3만4500명으로 추정해 보고했다.

저자는 참전 군인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한반도 구석구석에서 벌어졌던 전투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또 미국 중국 소련 등 열강들의 국내 사정이 6·25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저자가 옮겨 쓴 참전군인들의 말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느낀 전쟁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금세기에 일어난 소규모 전쟁 중 가장 혹독한 전쟁이다.” “인민군이나 중공군보다 더 위협적인 건 한반도의 험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였다. 특히 살을 에는 겨울 날씨가 미군에게는 최대의 적이었다.”

당시 중위였던 폴 맥기 씨는 조금 다르게 전쟁을 회상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옳은 일이었다고 확신한다. 다들 그곳에서 모진 고생을 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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