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이 본 쇠고기 시위

  • 입력 2009년 4월 29일 03시 02분


“일부전문가 권위 이용해 왜곡 부추기고 확산시켜”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가 강해진 것까지는 좋지만 책임성을 담보로 강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팩트에 기반해야 하는 언론이 자기 이념을 앞세워 팩트를 가공해서 보여준 ‘PD수첩’의 사례는 이 같은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관련한 지난해 MBC PD수첩의 방송을 이렇게 꼬집었다. 홍성기 아주대 대우교수(철학)는 이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퍼뜨리고 보자는 식으로 다룬 언론과 왜곡된 사실을 믿는 계층, 권위를 제공한 전문가 등 ‘언론, 시청자, 전문가’ 복합체가 당시 사태의 밑바탕에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PD수첩이 사실을 왜곡, 과장했다는 건 분명한데 그 이전에 광우병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좌파 언론들을 통해 동일한 내용을 계속 얘기해 왔다”면서 “그러던 것을 PD수첩이 파급력이 큰 지상파를 통해 알림으로써 널리 확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의 행위는 법으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윤리적 측면에서 우선 고려해 봐야 한다. 언론이 언론의 자유를 사용하려면 그에 맞는 윤리를 우선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1년 전 사태로 무너진 공적 권위가 아직 바로 세워지지 않은 사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일영 교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공적 권위가 무너진 게 가장 큰 손실”이라며 “인터넷에선 토론장의 온갖 얘기를 취합한 것을 놓고 ‘집단지성’ 운운하며 전문가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학계, 관계 등 각 분야 전문가의 권위가 무너지면 국가의 권위도 함께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촛불시위 당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오해가 있었는데 우리는 싫든 좋든 대의민주주의를 우선시해야 하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당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해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의 주최로 열린 ‘촛불 1년, 촛불에 가려진 시민인권 사각지대 진단’ 토론회에서 “작년에 있었던 촛불시위는 목적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폭력과 이로 인한 다른 시민인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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