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갈릴레오는 왜 교회와 타협했나… ‘갈릴레오’

  • 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1606년 파도바대 교수 시절 갈릴레오의 초상화. 영국 런던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그림 제공 사이언스북스
1606년 파도바대 교수 시절 갈릴레오의 초상화. 영국 런던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그림 제공 사이언스북스
◇ 갈릴레오/마이클 화이트 지음·김명남 옮김/399쪽·2만 원·사이언스북스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라고 하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받은 바티칸 교황청의 종교재판을 떠올린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400년 동안 교황청 문서보관소에 잠들어 있다가 최근 빛을 본 갈릴레오 관련 문서들을 토대로 실제 재판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고 말한다.

갈릴레오가 1633년 종교재판을 받은 이유는 1632년 낸 ‘대화’라는 책 때문이었다. 가상의 인물들이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포함한 새로운 과학적 주장을 내세워 가톨릭 세계관과 논쟁을 하는 내용을 담은 저서였다. 1616년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지지하는 공식석상의 발언으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갈릴레오는 교황청이 주시해온 인물. 책을 읽은 바티칸의 한 성직자가 교황에게 ‘갈릴레오가 책에서 교황을 인격적으로 모독했다’고 속삭였고 교황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그 책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교황청이 보관해온 갈릴레오 관련 문서들을 살펴보다 보니 훨씬 큰 문제가 불거졌다. 1624년 누군가가 익명으로 1623년 나온 갈릴레오의 책 ‘시금사(試金師·금의 함량을 분석하는 사람)’를 고발한 문서가 나온 것. 갈릴레오가 책에서 가톨릭 신앙의 핵심인 성찬식의 ‘실체 변화’에 의혹을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체 변화는 성찬식 중에 빵과 포도주의 실체를 하느님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꾼다는 가톨릭의 교리. 이는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12, 13세기 신학자들이 만물이 실체(영혼)와 우유성(偶有性·육체)의 이중적인 속성을 지닌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설을 토대로 세운 이론이었다. ‘실체는 변해도 우유성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뀌어도 빵과 포도주의 모습과 맛은 그대로다’는 이 이론은 갈릴레오에 따르면 불가능했다. 그는 책에서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뀔 때 원래의 특징도 따라서 변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1545∼1563년 ‘트리엔트 공의회’가 “실체 변화를 부인하는 자에게 저주가 있을 것”이라고 했을 만큼 실체 변화는 가톨릭 교리의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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