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테마 에세이]미니스커트<3>박성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들춰보고픈 세계
1960년 영국 디자이너 메리 퀸트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음. 우리나라에선 1967년 가수 윤복희 씨가 입은 뒤 유행했다고 함. 짧은 게 죄였던 시절, 1969년엔 무릎 위로 30cm 올라가면 25일간의 구류에 처했음. 1970년대에는 즉결심판으로 이어지다가 1973년에는 무릎 위로 15cm 올라가면 경범죄로 처벌. 동아일보 1975년 7월 24일자에는 “장발족 일제 단속, 서울시경, 1600명 삭발, 40명 즉심”이란 짧은 기사가 남.
장발과 함께 미니스커트는 1970년대 저항과 단속의 대표적인 낱말이다. 패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이 옷은 그 자체로 사회와 문화 심지어 정치, 역사와 그 맥을 함께하고 있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 가령 위화의 ‘허삼관매혈기’나 왕강의 ‘오, 나의 잉글리시 보이’에서는 일명 ‘마오룩(Mao look)’이라고 불리는 중산복(中山服) 또는 군복이 얼마나 시대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있으며, 비단 소설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힙합룩, 그런지룩, 프라다에서 만들었다는 미니멀리즘 패션부터 심지어 패션은 비즈니스의 세상이지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는 역설을 보여 주는 안티패션까지, 실로 다양한 패션으로부터 세상을 보고 느낀다.
그래서일까? 처벌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미니스커트지만, 그러나 미니스커트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은 아직 유효하다. 정부 규제에서 벗어난 미니스커트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 그리고 표현이냐 아니면 성을 매개로 한 상품이냐는 논란에 휩싸였으며, 드러내기와 훔쳐보기라는 욕망의 문제까지,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하니프 쿠레이시는 ‘친밀감’에서 이렇게 말한다.
“교실에서 여선생의 다리를 훔쳐보려고 볼펜을 책상 아래로 던지곤 했다. 교육 체제라는 것이 일관성이 없기에, 나는 여학생들의 치마 속 세계에 대한 불타는 호기심을 키워 갔다. 무엇으로 이루어졌고 질감은 어떤지, 그 속은 물결치는지, 헐거운지 팽팽한지, 어디쯤 그곳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후 극장 커튼이 그랬듯이 치마는 내 호기심을 건드렸다. 나는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기다림이었지만 그건 가능성 있는 기다림이었다. 치마는 장면을 전환시키는 물건이었다. 본질적으로 사물이면서 다른 어딘가로 데려다주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중요한 지식에 대한 나의 이론 체계가 되었다. 세계는 내가 들춰 보고 싶은 하나의 치마다.”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노출인지 훔쳐보기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 표현인지 상품인지, 작용인지 반작용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걸 알기 위해 쿠레이시처럼 들춰 보고 싶은 하나의 치마다, 내게 있어 미니스커트는.
소설가·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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