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유럽중심주의 벗어난 세계사의 참모습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넘어 세계사들로/한국서양사학회 엮음/416쪽·1만8000원·푸른역사

서양이 세계사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1800년 이후로 불과 200여 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세계사는 서양과 유럽 중심주의에 치우쳐 있다. 한국 같은 비서양 국가에서도 유럽중심주의 역사의 개념으로 비서양의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2006년 한국서양사학회가 연 학술대회 성과를 토대로 최갑수 서울대 교수 등 11명의 학자가 유럽중심주의 세계사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이들은 역사학이 여러 문명사를 비교 연구해 유럽만의 성과로 여겨졌던 역사적 사실이 세계 여러 곳에서 나타났음을 밝혀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강철구 이화여대 교수는 아시아 고대사회의 정치를 설명하는 개념인 ‘동방적 전제’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의 정치는 파라오 한 사람의 독단적이고 폭압적인 전제로 간주되며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는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도 그리스 민주주의 같은 정치적 결정 과정이 흔하게 나타났음을 보여 준다. 공공 토론과 투표에 의존한 정치가 이뤄졌고 공공건물, 도시 성문 입구에서 민회가 열렸다. 이집트는 파라오 독단이 아닌 수많은 위원회에서 정치적 의사를 단계적으로 결정했으며 노예나 외국인도 고소와 항의, 시위가 가능했다. 고대 민주주의가 서양인만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