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보물들을 찾아라, 현대판 보물찾기의 세계

  • 입력 2009년 3월 29일 13시 14분


전 세계 75만개, 국내에만 1300여개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현대판 보물찾기에 나서보자.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지도는 인터넷에 공개 되어 있다. 첨단 장비를 이용해 보물을 찾아나선다.

단순히 보물을 찾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찾아낸 보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그러면 누군가 이 보물을 찾아내 또 다른 장소로 옮긴다. 보물들이 옮겨 다니는 것이다. 보물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기도 한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판 보물찾기게임 ‘지오캐싱(Geocaching)’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지오캐싱(Geocaching)은 지구나 토지를 뜻하는 Geo와 은닉처 또는 저장을 뜻하는 cache의 합성어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장비를 이용한 보물찾기 게임이다.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물이 훼손 되지 않도록 밀폐된 통이나 상자 같은 것에 담아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 숨기고 GPS를 통해 그곳의 좌표를 인터넷 지오캐싱(www.geocaching.com)홈페이지에 기록 한 뒤 그 정보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GPS장비를 통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물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오캐싱에서 말하는 보물은 ‘의미 있는 자신만의 보물’을 말한다.

고고학자를 꿈꾸는 자신의 딸을 위해 코인을 만들어 보물로 넣은 사람도 있다. 상자 안에 들어가는 기념이 될 만한 것이라면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다. 단, 유해하거나 부패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지오캐싱코리아 운영자(닉네임 Edison)인 원 신(44) 씨는 지오캐싱에 대해 “보물찾기라고 해서 실제로 보물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떠한 장소를 가 봤는데 주변 경관이 멋져서 누구에게 소개해 주고 싶을 때 GPS장비를 통해서 그 곳의 좌표를 공유하는 것도 보물에 포함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좌표가 기록된 장소로 인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곳에 자신의 기념품이라든지 추억이 될 만한 물건을 넣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물건이 전해지면서 인간적인 교류도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보물 중에는 트래블버그(Travel Bug)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물건을 숨겨 놓는 사람이 사연과 함께 그 물건이 어디로 갔으면 좋겠다고 적어 놓는 것이다. 이 물건은 지오캐싱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사연 속에 적힌 다른 장소로 숨겨지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트래블 버그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직지코인’이라는 동전이다. ‘직지코인’은 고려 말인 1377년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로 발간된 ‘직지심경’을 알리기 위해 지오캐싱 동호인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이 ‘직지코인’은 100여개가 국내외를 돌고 있다. ‘직지심경’을 처음 펴낸 곳인 청주에서 출발한 이 동전의 목적지는 현재 직지심경을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라고 한다.

지오캐싱에는 외국인들도 참가할 수 있다. 지오캐싱을 통해 ‘직지코인’이 프랑스까지 가는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참가자들에게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경’을 알리게 된다. ‘직지심경’은 대한민국의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로 돌아와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 동전들은 고유번호를 통해 어느 곳을 경유해서 갔는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 씨는 “지오캐싱을 하려면 많이 걷게 된다. 지금은 아내랑 같이 하고 있다. 아내가 처음에는 걷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처음엔 보물 하나를 찾으면 점심을 사주는 방법으로 같이 했지만, 지금은 지오캐싱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져 아내 스스로 즐기면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도 산에 가는 걸 싫어했는데 산에 보물이 있다고 하면 알아서 올라가고 이제는 GPS장비를가지고 스스로 보물을 찾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전했다.

에피소드도 많이 있다. 원씨는 "도시 한 가운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지하철역에도 조그만 것을 숨겨놓는 경우가 있다. 멀쩡한 사람이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니까 주변사람들에게서 이상한 시선을 받는다. 이럴 땐 아예 청소복을 입거나 경비원 차림으로 물건을 찾기도 한다" 면서 "GPS 기계를 들고 산으로 다니면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을 많이 받기도 하는데 무엇을 하는 것인지 주변사람들에게 설명해줘서 함께 즐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장비를 구입해야 할까. 원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상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GPS는 위치를 알려주는 수단일 뿐이고 보물을 찾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라며 "저렴한 GPS 장비를 이용해도 지오캐싱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75만개 , 국내에 1300여개 정도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하니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지오캐싱에 나서는 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듯 하다.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mi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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