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강제퇴위 뒤에도 ‘황제어새’ 사용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황제어새’ 찍힌 친서 원본 고종황제가 황제어새로 인장을 찍은 친서. 1909년 1월 작성한 것으로 미국 호머 헐버트 박사에게 친척을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황제어새’ 찍힌 친서 원본 고종황제가 황제어새로 인장을 찍은 친서. 1909년 1월 작성한 것으로 미국 호머 헐버트 박사에게 친척을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종황제가 1909년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에게 보낸 친서에 찍은 인장이, 사용된 국새로는 처음 발견된 황제어새(皇帝御璽)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고종이 1907년 강제 퇴위를 당한 뒤에도 자기 의사를 분명히 나타낸다는 뜻으로 황제어새를 사용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헐버트 박사에게 보낸 친서는 2007년 8월 헐버트 박사 58주기 추모식에서 공개된 바 있으며, 당시 내한한 헐버트 박사의 외손녀 주디 애덤스 씨(87)가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에 기증했다.

▶3월 18일자 A1·2면, 2007년 8월 4일자 A25면 참조

▶외교문서에 썼던 고종의 ‘슬픈 국새’ 찾았다

▶조선독립에 헌신 헐버트 박사 58주기… 외손녀 방한

이 친서는 특히 황제어새가 찍힌 유일한 친서 원본이다. 지금까지는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유리원판 필름으로 황제어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헐버트 박사는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종에게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할 것을 건의했고 3·1운동을 지지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 친서에는 고종이 헐버트 박사에게 미국 YMCA에 연수를 가는 친척 조남복을 아들처럼 잘 돌봐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환일 경기대 연구교수는 “황제어새를 담는 함에 인주를 넣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며 “이는 고종이 황제어새를 직접 관리하며 필요에 따라 언제든 찍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