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맥수지가… 계명구도… 中고사성어 기원 탐색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춘추전국시대 계명구도(鷄鳴狗盜·천박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는 사람을 이르는 말)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한 당시 진나라 국경 한구관(函谷關·현 허난 성 북부) 자리에 있는 계명대. 사진 제공 범우
춘추전국시대 계명구도(鷄鳴狗盜·천박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는 사람을 이르는 말)라는 고사성어가 유래한 당시 진나라 국경 한구관(函谷關·현 허난 성 북부) 자리에 있는 계명대. 사진 제공 범우
◇ 고사성어 문화답사기 1/강영매 지음/285쪽·1만2000원·범우

은나라가 주왕의 폭정으로 주나라 무왕에게 멸망하자 번화하고 아름답던 옛 은나라 수도는 폐허로 변했다. 시간이 흘러 농지가 된 땅에서는 농민들이 씨를 뿌린 보리가 자라났다. 주왕의 폭정을 비판했던 숙부 기자(箕子)가 무성한 보리를 보고 탄식하며 비감한 노래를 불렀다. 고국의 멸망을 한탄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 맥수지가(麥秀之歌·보리 이삭이 무성함을 노래함)는 이렇게 생겨났다.

이 책은 은나라 유적을 비롯해 역대 중국의 여러 왕조 수도가 있었던 허난(河南) 성과 공자와 맹자, 증자의 고향인 산둥(山東) 성에서 기원한 고사성어를 중심으로 고사성어 28개가 탄생한 얘기를 담았다. 저자는 연세대 중문학 박사 출신으로 그동안 10여 권의 중국 역사와 문화 관련 책을 냈다.

계명구도(鷄鳴狗盜·천박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는 사람을 이르는 말)는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귀족 맹상군(孟嘗君)의 일화에서 나왔다. 진나라 소양왕이 그를 초청한 뒤 죽이려 했다. 왕의 애첩이 맹상군에게 살려주는 대가로 흰여우 가죽옷을 요구하자 맹상군을 따라온 식객 중 도둑질에 능한 구도(狗盜)라는 자가 소양왕의 가죽옷을 훔쳐내 애첩에게 줬다. 가까스로 도망친 맹상군 일행이 밤중에 국경에 닿았지만 관문은 첫닭이 울어야 열리게 돼 있었다. 이때 식객 중 계명(鷄鳴)이란 자가 닭 울음소리를 흉내 내 병졸들이 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재고팔두(才高八斗·재주가 뛰어남이 여덟 말)는 조조의 셋째아들로 재주가 출중해 시와 문장에 뛰어났던 조식에 관련된 고사성어다. 아버지가 죽고 왕이 된 형 조비가 그의 재주를 질시해 죽이려 했을 때까지 감동적인 시를 지어 위기를 모면한 조식을 가리켜 남조(南朝)의 문장가 사령운은 “천하의 재주는 전부 한 섬 열 말인데, 자건(조식) 혼자서 여덟 말을 얻었다”고 했다.

발묘조장(拔苗助長·급하게 서두르다 일을 망친다)은 송나라 때 한 농부가 모내기를 한 뒤 벼가 어서 자라길 바라며 벼 포기들을 뽑아 키를 높였다가 벼들이 다 말라죽었다는 얘기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은나라 옛 수도 은허(殷墟)를 비롯해 직접 발로 찾았던 허난 성과 산둥 성 지역에 대한 감상도 덧붙였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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