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관 벗었더니 21세기의 대혼돈이…”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김윤식 교수 신작 문학비평집

문학비평가 김윤식(73·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0세기 동안 저자의 주요 학문적 과제였던 ‘한국근대문학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고 반평생을 문학연구에 바친 학자로서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2006년 이후 발표한 논문, 강연문, 대담 등을 수록한 신작비평집 ‘내가 살아온 한국 현대문학사’(문학과지성사)에서 저자는 20세기와 21세기를 한 몸으로 견뎌야 했던 문학연구자의 숨 가쁜 도정을 보여준다.

식민지 사관의 극복이 인문학도의 사명이었던 1960년대 문학을 시작한 저자는 근대문학의 기본 명제를 찾기 위해 ‘갈팡질팡 가까스로 그 지랄 같은 20세기를 헐떡이며 넘겼다’고 말한다.

저자는 근대를 규정하는 보편성인 ‘국민국가’와 ‘자본제 생산양식’을 두 축으로 한국 근대문학의 맹아를 18세기 후반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하지만 한국근대사가 지닌 특수성인 ‘반제 투쟁’과 ‘반자본제 생산양식’이 새롭게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저자는 이 네 가지 모순적 특성을 오가며 한국 근대문학을 학문적으로 규정해내는 데 20세기를 보냈다. ‘한국문학사’(1973)부터 ‘이상문학 텍스트 연구’(1996), ‘한국 현대문학 비평사론’(2000) 등이 그 성과들이다.

저자는 21세기 들어와 식민지 사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진 시대가 됐다며 진리에 대한 칼 포퍼의 말과 학문에 대한 막스 베버의 조언에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포퍼는 “진리가 진리일 수 있는 것은 진리 속에 거짓이 될 가능성이 깃들어 있는 동안이라는 것”이라고 말했고, 베버는 “학문이란 무엇이뇨. 예술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능가당한다는 사실이 그것. 이것이 학문의 운명이자 의의라는 것, 이 운명에 복종하고 헌신하기. 이것을 스스로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조성됐던 이중어 글쓰기 공간에 대한 분석, 이를 바탕으로 한 이광수와 최재서의 글쓰기론, 한국근대문학사의 시각에서 본 카프문학 등은 이러한 비평적 견지에서 무르익은 학문적 성과들이다. 김춘수, 김현, 이청준 등 개별 문인에 대한 비평·개인적 회고문과 ‘이중어 글쓰기론 3부작’(‘일제말기 한국 작가의 일본어 글쓰기론’ 등), ‘백철연구’에 대한 남송우 부경대 교수와의 대담 등도 함께 수록됐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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