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기와 붙이고… 불탄 목재 복원… 국보1호 혼까지 되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불탄 부재 실측 22일 경복궁 내 숭례문 부재 보관소에서 불탄 부재의 실측에 여념이 없는 조사원들. 보관소 내부는 불탄 부재의 탄가루로 탁했고 화재 우려 때문에 난로를 피우지 못해 추웠다. 김미옥 기자
불탄 부재 실측 22일 경복궁 내 숭례문 부재 보관소에서 불탄 부재의 실측에 여념이 없는 조사원들. 보관소 내부는 불탄 부재의 탄가루로 탁했고 화재 우려 때문에 난로를 피우지 못해 추웠다. 김미옥 기자
숭례문 화재 1년… 복구 어떻게 돼가나

화재 현장서 수습한 부재들 절반이상 측량 마쳐

본공사 10월 착공… 완공 2012년서 앞당겨질 듯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 화마(火魔)가 국보 1호 숭례문을 앗아갔다. 설 연휴 하루 전인 23일 찾은 숭례문 화재 현장은 1년 전 처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부재(部材·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재료) 대부분이 불탄 2층 누각은 계단과 기둥이 모두 반토막 나 있었다. 가설 덧집 공사로 지난해 11월 숭례문 공개관람이 중단돼 주변도 썰렁했다. 그러나 숭례문 화재 현장 바깥에서는 복구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숭례문 화재 현장 수습을 골자로 하는 1단계 작업을 마친 뒤 지금은 부재 실측, 고증, 발굴, 설계가 중심이 된 2단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애초 2010년 1월에 3단계인 숭례문 복구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현 상황대로라면 올해 10월에 조기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숭례문 석축을 해체하지 않을 경우에는 2010년 숭례문 누각 해체, 2011년 조립, 2012년 완공으로 이어지는 복구 일정이 당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숭례문 복구에 사용되는 강원 삼척시 준경묘(조선 태조의 5대조인 양무 장군의 묘)에서 벌채한 소나무는 2월 초 경복궁 부재 보관소로 옮겨져 2년간 건조된다. 발굴은 2월 재개돼 숭례문 주변의 성벽, 도로, 연못의 흔적을 찾는다. 2월 10일부터는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숭례문의 불탄 부재, 숭례문 발굴 결과 출토된 유물, 숭례문의 옛 사진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삼육오육, 삼육구칠, 사이오구, 사오칠오, 사팔팔오….”

설 연휴 이틀 전인 22일 서울 경복궁 내 숭례문 부재 보관소. 삼성건축사사무소 민중환 실측조사원은 암호 같은 아리송한 숫자의 배열을 연방 외쳤다.

그는 도리(서까래를 받치기 위해 기둥 위에 건너지르는 나무)로 추정되는 불탄 부재를 실측하고 있었다. 부재 한쪽 끝에서 시작해 부재에 정을 박았던 구멍마다 길이를 잰 뒤 이 결과를 mm 단위로 알려주고 있던 것.

표면이 새까만 숯으로 변해버린 이 부재는 지난해 설 연휴 마지막 날 화재로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의 ‘살점’이었다.

○ “부재 하나하나에 깃든 문화재 가치를 유지”

조사원들은 부재마다 △불탄 정도 △묵서(墨書·나무에 쓴 글씨) 여부 △단청 유무 △자귀, 대패 사용 여부 △재활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부재 한 개의 실측 소요 시간은 서너 시간.

부재 보관소 내부에는 지난해 문화재청이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수습한 불탄 부재 3000여 점이 정리돼 있었다. 이 중 기둥, 대들보 등 주요 부재는 300여 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부재 실측은 현재 50% 이상 진행돼 3월 말 완료될 예정이다.

숭례문 복구단 조상순 학예연구사는 “불탄 부재는 숭례문 복구에 다시 쓰이거나 숭례문 박물관으로 가게 되고 한 점도 폐기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무를 다듬은 기법까지 기록하고 활용해 부재 하나하나의 문화재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탄 부재의 실측과 재활용은 숭례문의 국보 가치를 유지하는 요소다. 전남 화순군의 쌍봉사 대웅전은 1984년 불탔다가 복원됐지만 부재 실측이나 재활용이 없었기 때문에 보물(제163호) 지위를 잃었다. 숭례문의 어떤 부재가 재활용될지는 6월 최종 결정된다.

○ “훼손된 장식기와도 복원해 숭례문으로”

부재 보관소 옆 건물에서는 잡상(雜像·전통 건축물의 지붕마루 위에 얹은 형상물·어처구니로도 부른다)과 용두(전통 건축물의 용마루 양끝에 얹은 것) 같은 장식기와를 복원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작업은 2월 말 끝난다.

칠판에는 ‘잡상 51/68, 위치 30’이라고 적혀 있다. 잡상 68개 중 51개를 찾았고 30개는 위치도 확인했다는 뜻이다. 토수(지붕 네 귀의 추녀 끝에 끼는 장식기와) 8개 중 7개, 용두 8개 중 6개 등 모두 84개의 장식기와를 찾았다.

보존처리업체 ‘씨엔티’의 현병대 부장이 화재 때 세 조각으로 훼손됐다가 복원 중인 대당사부(잡상의 하나)를 살펴 훼손된 부분에 안료와 합성수지를 채웠다.

숭례문에 사용된 철못도 재활용된다. 1800여 개 중 150여 개를 처음 만들 때 사용한 단조 방식으로 폈다. 인장과 강도 테스트를 거쳐 나머지 못도 복원할지 결정한다.

○ 2월 10일 숭례문 부재, 유물 공개

국립문화재연구소 숭례문 발굴단은 지난해 11월 발굴된 자기, 옹기 등의 조각을 붙여 원형에 가깝게 만드는 접합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최인화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이날 숭례문 주거지에서 나온 옹기 조각을 이어 붙였다. 16세기의 독특한 고급 백자인 향로, ‘우광(友光)주점’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어 숭례문 근처에 주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술잔 등의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이 유물들은 숭례문 부재 보관소에 있는 불탄 대형 부재, 문화재청이 확보한 숭례문 옛 사진들과 함께 2월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하는 특별전에서 공개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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