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아心을 잡아라”흥행 좌우하는 아줌마들의 힘

  • 입력 2009년 1월 23일 15시 53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23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박제균 앵커) 요즘 극장가에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주부 관객'이 영화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파워집단으로 떠올랐다는 것인데요.

(김현수 앵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주로 '야한 영화'에 주부 관객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영화 담당인 이승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먼저 극장가의 이런 변화가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설명해 주시죠.

(이승재) 예. 일단 요즘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쌍화점'에서부터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쌍화점'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당일부터 주부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체 관객의 20% 이상이 주부관객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충무로에서 영화를 만들 땐 통상 20대 미혼의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부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죠. 주부들의 이런 열렬한 지지 덕분에 '쌍화점'은 개봉 19일 만인 지난 17일, 300만 관객을 넘어섰는데요. 역대 '18세 이상 관람 가' 영화로는 최단 기간에 300만 돌파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그래서 극장가에는 요즘 "'아심'을 잡아야 흥행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는데요. '아심', 즉 '아줌마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이죠.

(박 앵커) '아심'! 참 재미있는 말이군요. 근데 '쌍화점'은 개봉 전부터 미남배우 조인성과 주진모의 동성애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였는데요. 그럼 이 '아심'이란 게 주로 야한 영화에 반응을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승재) 공교롭게도 그런 경향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주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큰 성공을 거둔 첫 케이스는, 2007년 국내에 개봉된 영화 '색, 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 영화는 '실제로 정사를 나눈 거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남녀주인공의 농도 짙은 장면을 담고 있는데요. 이 영화도, 입소문을 들은 주부관객이 몰리면서 개봉 2주차에 오히려 관객이 더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났고, 결국 180만 명을 끌어들였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에 개봉된 한국영화 '미인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여배우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로 눈길을 모았던 이 영화도 주부관객에 힘입어 25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야한' 영화에 주부들이 몰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작년 9월에 개봉돼 무려 450만 명이 본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영화에 나오는 노래가사를 영어자막으로 띄워주는 '싱어송 버전'까지 상영이 될 정도로 주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는데요. 어떤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던 이 영화는 전설적인 그룹 '아바'에 대한 주부들의 추억을 일깨운 점이 흥행의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김 앵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주부들이 관객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일선 극장가에는 흥행성적 말고도 뭔가 변화된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나요?

(이승재) 그렇습니다. 일단 주부들이 지지하는 영화들은 '취약시간대'가 따로 없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평일, 그것도 오전 11시를 전후한 시간이 보통 극장에서는 '관객이 가장 없는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쌍화점'이나 '미인도', '맘마미아' 같은 영화들은 모두 평일 오전 11시 상영이 관객으로 붐비는 이례적인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주부들이 출근하는 남편과 학교 가는 자녀들을 보낸 뒤에 곧바로 극장을 찾았기 때문이죠. 주부들이 자주 찾는 백화점 근처의 극장이나, 아니면 아파트 단지에 인접해 있는 극장들에서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박 앵커) 그렇군요. 그렇다면 주부들이 열광하는 영화들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겠군요.

(이승재) 물론 주부들은 성(性)에 관한 담론을 미혼여성들에 비해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한 영화가 주부들의 입소문을 탈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부관객이 지지하는 영화들은 단순한 치정극이 아닙니다. 즐겁거나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들, 다시 말해 감정선이 뚜렷한 영화 중에서도, 이야기가 잘 짜여지고 작품성이 높은 영화들을 선호한다는 것이죠. 특히 성과 사랑과 추억에 관한, 어떤 '판타지'를 심어주는 영화들에 열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결국 일상에서 결핍을 느껴온 주부들이 환상적인 영화를 통해서 탈출구를 찾는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남편들께선 아내를 더 사랑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앵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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