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들의 영원한 벗, 고속도로 테이프… 네박자 차차차 고향길 ‘신나GO’

  • 입력 2009년 1월 23일 07시 43분


명절 고속도로는 늘 정체상태다. 차량 정체의 지루함과 짜증을 이겨내는데 음악이 제격.

특히 신나는 트로트는 꽉 막힌 운전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차량 오디오의 발전으로 마그네틱 테이프에서 CD를 거쳐 3년 전부터는 DVD까지 등장했지만 여전히 ‘고속도로 테이프’는 운전자들의 영원한 벗이다

○80년대 초 등장 90년대 중반까지 황금기

고속도로 테이프는 80년대 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반을 취급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황금기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 당시는 가수 한 명이 기존 노래를 엮어 부르는 메들리 앨범이 인기였다.

김난영 민승아 박진서 신우 등이 당시 인기가수였다. 가수마다 연간 500∼600만 장은 거뜬히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음반 불황은 이곳도 어김이 없었다.

더구나 음악을 듣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메들리 음반은 빠르게 사양길로 들어섰다. 대신 여러 가수의 노래를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이 뒤를 이었다.

현재 고속도로 테이프의 주요 고객은 40∼50대 중년 남성이고, 대세는 세미 트로트다. 또한 최고 인기가수는 장윤정과 박현빈. 이들은 음반시장 침체로 죽어있던 고속도로 테이프 시장을 되살려놓은 주인공이다.

91년부터 고속도로 테이프를 제작한 솔미디어 김상옥 대표는 “시장이 4∼5년 전에 죽었다가 장윤정의 ‘어머나’로 한 곡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90년대 후반 인기를 얻었던 태진아 송대관 등은 이젠 사양세다. 설에 맞춰 20일 출시된 최신 음반 ‘별잔치 라이브쇼2’에는 22곡이 수록됐지만, 이른바 ‘트로트 4대 천왕’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2장짜리가 대세, 타이틀곡은 1번부터 10번트랙이 중요

고속도로 테이프는 일반 음반과 창법이나 사운드가 많이 다르다. ‘삐융 삐융’하는 신서사이즈 소리나, ‘아싸’ 따위의 추임새가 들어가고, 창법도 독특하다. 촌스럽게 들리는 이런 점이 장거리 운전자들에게는 지루함을 없애고 졸음운전을 막는다.

원곡은 라디오나 TV에서 많이 접할 수 있어 일부러 그렇게 리믹스를 한다. 제작자는 기존 곡의 음원을 사서 몇 번의 더빙과 리믹스 과정에서 음을 덧입히고 비트를 빠르게 조정한다.

고속도로 테이프는 대부분 2장짜리다. 1장짜리는 운전자들이 잘 사지 않는다. 또 1번 트랙이 타이틀곡이며, 10번 트랙까지 인기곡을 앞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 대목은 명절과 여름 바캉스 시즌, 가을 단풍관광 시즌이다. 교통정체가 심할수록 잘 팔린다고 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시장처럼 이 분야도 불법복제 음반으로 불황이 깊어졌다. 한때는 제작사가 100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손에 꼽을 정도.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

김상옥 대표는 발라드나 댄스곡이 담긴 고속도로 테이프를 제작했지만, 이들 장르는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로 듣는 음악이라 잘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가요에 더 집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그래서 “트로트가 살아야 고속도로 테이프가 산다”고 강조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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