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설]망원경 “크게, 더 크게”

  • 입력 2009년 1월 23일 02시 58분


구경 30m 돼야 세계적 천문대

국내 최대는 1.5m 50위권 밖

세계 천문학계는 요즘 망원경 구경을 놓고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이에 질세라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천문학자들의 궁극적인 연구 목적은 우주가 탄생하는 장면을 보고 어떻게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규명하는 것. 좀 더 먼 우주, 아니 우주의 끝을 보고 싶은 원초적 호기심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바로 망원경의 구경이다. 대략 30m 정도는 돼야 한다. 천문학자들이 너도나도 이만한 초대형 망원경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구경 경쟁’의 유력한 선수는 세 팀. 미국 카네기천문대, 하버드대, 스미스소니언천문대, 호주 국립천문대 등이 참여하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과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등이 만드는 ‘30m 망원경(TMT)’, 천문학 연구기관인 유럽남부천문대(ESO)가 제작할 ‘유럽초대형망원경(EELT)’ 등이다. 구경은 GMT가 25m, TMT가 30m, EELT가 42m이다.

아직까지 세 팀의 진행 성적은 모두 설계 단계로 큰 차이가 없다. TMT가 간발의 차이로 조금 앞서 있는 상황.

하지만 TMT는 설치 장소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현재 미국 하와이와 칠레가 물망에 올라 있다. 나머지 두 망원경은 칠레에 세워질 계획이다.

한국은 올해부터 GMT에 본격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그룹 김호일 책임연구원은 “총예산 7억4000만 달러(약 1조64억 원) 중 10%인 7400만 달러를 한국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구경인 경북 영천시 보현산천문대의 구경 1.5m짜리 반사망원경은 이미 세계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GMT 참여는 한국의 우주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은 “GMT를 통해 디스플레이나 기계, 국방 등 여러 산업에 쓰이는 최첨단 초정밀 기술을 획득하고 한국에서 보이지 않는 남반구의 하늘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MT와 TMT, EELT는 모두 2010년대 중후반에 완성될 계획이다. 누가 먼저 우주의 비밀에 다가서느냐.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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