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Ms. 박의 라이브갤러리] 시민의 시립미술관 ‘입장료 유감’

  • 입력 2009년 1월 5일 08시 20분


‘모든 시민이 편안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바로 서울시립미술관(http://seoulmoa.seoul.go.kr) 홈페이지에 미술관보기의 첫 문장에 나와 있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국공립이나, 시립 등 공공성을 근간으로 하는 미술관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불문율과 같은 것이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으로 열리고 있는 ‘화가들의 천국’은 새삼 공공미술관의 공공성에 대해 곱씹어보게 한다.

며칠 전 필자의 친구는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에서 왜 1만2000원(성인기준)이라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전시를 봐야하는 것인지 불평어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대뜸 ‘특별전’(그것도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둘러댔지만 아직까지 맘 한 구석이 영 개운치 않다.

사실 오늘날 미술 뿐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 장르들이 지향하는 공통된 목표를 꼽으라면 바로 ‘공공성(公共性)’이다.

‘공공’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이라는 빤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것이 실제 적용되는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자칫 잘못하면 여러 사람들과 관계하는 ‘공공(公共)’은 정작 그들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공공(公空)’으로 되기 십상이다.

공공미술관이 입장료를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다만 ‘여러 사람들’ 중에는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술관을 구경하고자 할 때는 입장료가 너무 버거워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미술관 관계자들이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은 운영에 있어서 천지차이의 결과를 낳는다.

미국 뉴욕에 자리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예로 들어보자.

이 미술관의 정식 성인 기준 입장료는 20달러이다. 한화로 약 2만6000원 정도의 금액은 미술관 입장료로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그러나 이곳은 1 달러만 내고도 들어갈 수 있다.

1 달러로 지정된 요금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부’의사를 밝히면 내고 싶은 만큼의 돈을 내고 미술관에 입장하여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샤갈, 마티스와 함께 천국의 문을 열다’라는 한 언론의 극찬이 모든 서울시민의 일상 속에서 현실이 되려면 시당국과 공공 미술관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가 녹아있는 운영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화가들의 천국’은 ‘우리들의 천국’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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