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문화계 이슈]<1>학술-문화재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올 한 해 국내 문화계는 어떤 이슈들이 이끌어갈까. 어려운 경제 현실 속에서도 2009년 문화계는 분야별로 뜨거운 이슈와 굵직한 행사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술·문화재, 미술, 공연, 문학·출판, 영화 등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세계의 눈으로 근대사 재조명”

■ 학술분야

2009년 학술계의 최대 이슈는 ‘세계사의 눈으로 본 한국 근대사의 재조명’이다.

3·1운동 9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광주학생항일운동 80주년 등을 기념하는 학술행사가 1년 내내 이어진다.

○ 글로벌 시각에서 본 3·1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은 ‘3·1운동과 5·4운동 기념 국제심포지엄’(2월 13, 14일)을 포함해 3차례에 걸친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1919년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난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운동인 5·4운동을 3·1운동과 함께 조명하면서 3·1운동의 동아시아적 의미에 주목한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박헌호 연구교수는 “그동안 3·1운동을 민족해방운동 차원에서만 조명해 왔기 때문에 이 운동에 참여했던 여성, 학생, 지역, 종교 등 다양한 역량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국근현대사학회는 ‘3·1운동의 세계사적 맥락과 해외 한인사회’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고 해외 한인사회가 3·1운동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글로벌 시대의 맥락에서 재조명한다.

동북아역사재단도 ‘3·1운동 1919년의 세계사적 의의’를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유럽 학자들이 참가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연다.

○ 좌우 이념의 통합 이뤄낸 임시정부 조명

독립기념관은 중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마련한다. 이 회의는 1919년 임시정부가 처음 청사를 마련한 상하이가 아닌 1940년 이후 청사가 있었던 충칭(重慶)에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주제도 ‘중경 시기의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이다. 상하이 시절보다 덜 주목받았지만 민족주의 우파인 한국독립당과 좌파인 조선민족혁명당의 좌우 통합을 이뤄낸 임시정부의 충칭 시기를 새롭게 조명한다.

독립기념관 김용달 수석연구원은 “충칭 시절은 임시정부의 전성기로 광복군이 연합군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1943년 카이로선언 때 외교활동을 통해 일본 패망 이후 한국의 독립을 보장받은 시기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와 이화여대 이화학술원은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경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한국민족운동사학회도 임시정부 활동을 조망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 예정이다.

○ 한일강제합방의 국제법적 부당성 조명

2010년 한일강제합방 100주년을 앞두고 동북아역사재단은 한중일 3국과 서구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권침탈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열고 한일강제합방의 국제법적 부당성을 조명할 계획이다.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있었던 학생들의 항일투쟁운동인 광주학생항일운동을 조명하는 학술회의도 열린다. 독립기념관과 전남사학회는 광주학생항일운동 80주년을 맞아 대부분의 운동 참가자가 1910, 1911년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식민지 교육을 받았음에도 운동에 참여해 일제의 식민지 동화정책이 실패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 동양평화론자로서 안중근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학술행사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안중근 의사를 한국 독립운동의 영웅으로서뿐 아니라 동양평화론을 달성하려 한 실천가로 바라보는 것이다. 안중근·하얼빈학회는 동북아역사재단의 후원으로 상하이에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 학술회의’를 열고 동양평화론을 재조명하며, 독립기념관도 ‘안중근 의거와 독립운동의 국제적 의의’를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연다.

‘한국 박물관’도 100주년… 특별전 등 줄이어

‘4대강 살리기’로 유물 발굴 수요 늘 듯

■ 문화재분야

2009년은 한국 박물관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 근대박물관의 역사는 1909년 11월 1일 창경궁에 제실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시작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박물관협회는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사업을 1년 내내 연다. 가장 주목되는 행사는 세계 유수의 박물관장들과 세계박물관협회(ICOM) 회장이 참가하는 국제포럼. ‘21세기 박물관의 발전 전략’을 주제로 11월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유럽, 러시아, 아시아의 주요 박물관장을 초청할 계획.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5월 22∼24일에는 서울 용산공원 주변의 박물관 콤플렉스 건립 방향을 주제로 ‘한국 박물관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다. 9월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 박물관 100년사의 발자취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 성과를 모아 12월 ‘한국 박물관 100년사’를 발간할 계획이다.

고고학계는 정부가 올해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들어가면서 매장문화재의 발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발굴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도 예상된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 절차를 간소화한 ‘문화재 조사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문화재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수가 2003년 이후 2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문화재 조사인력은 20% 정도 증가에 그친 것에서 알 수 있듯 조사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조선왕릉 40기가 세계문화유산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조선 왕릉과 남해안 일대 백악기 공룡화석 유적의 등재 여부가 7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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