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72>無求到處人情好, 不飮任他酒價高.

  • 입력 2008년 12월 17일 03시 06분


求(구)는 찾다, 바라다, 요구하다, 책망하다의 뜻이 있다. 글자의 원래 뜻과는 무관하게 기존의 글자를 빌려 다른 의미를 부여해 사용하는 경우이다. 求(구)는 원래 털이 겉으로 드러난 옷의 모양을 본뜬 것으로, 후에 衣(의)를 더해 쓰게 된 구(구)의 원래 형태이다.

到(도)는 到達(도달)하다의 뜻이다. 중국인이 春(춘)이나 福(복)자를 거꾸로 붙이는 것은 그것이 도달하기를 바라서이다. 넘어지다 또는 거꾸러지다의 뜻인 倒(도)를 이용해 음이 같은 到(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글자를 顚倒(전도)시켜 到達(도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飮(음)은 마시다 또는 음료의 뜻이다. 飮馬(음마)처럼 마시게 하다의 뜻이 될 수 있다. 사람과 혀와 술단지를 조합한 형태의 갑골문에서 小篆體(소전체)와 隸書體(예서체)를 거치면서 지금의 형태로 변화했다.

任(임)은 사람이 지게를 진 모양이다. 짐을 지다의 뜻으로부터 擔任(담임)처럼 맡다, 委任(위임)처럼 맡기다, 任用(임용)하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他(타)는 3인칭지시대명사도 되고 타인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의 任他(임타)는 술 마시는 그에게 맡겨둔다는 말로 자기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價(가)는 가격이나 가치의 뜻이다. 그 오른쪽의 賈(고)는 장사하다, 사다, 팔다, 상인의 뜻이 있다. 價(가)처럼 값의 뜻도 있는데 그때는 ‘가’로 읽는다.

요구하는 것이 없으면 환영은 몰라도 적어도 냉대는 안 받는다. 비싼 술값이야 마시지 않으면 남의 일일뿐이다. 스스로 분수를 낮추면 욕심에서 오는 짐이 많이 사라진다. 마음도 편안해지고 험한 일도 피할 수 있으며 인정 많은 이들과 정도 나눌 수 있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增廣賢文(증광현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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