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60>聞而不審, 不若無聞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聞(문)은 듣다 또는 들리다는 뜻이다. 귀의 모양을 본뜬 耳(이)가 의미요소이고 門(문)은 발음요소이다. 갑골문에는 앉은 자세의 사람이 귀에 손을 대고 듣는 모양을 한 글자가 있다. 聞道(문도)처럼 알다 또는 깨우치다, 見聞(견문)처럼 들어서 아는 식견, 所聞(소문)이나 소식 또는 명성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聞香(문향)처럼 냄새를 맡다는 뜻도 있다.

聞一知十(문일지십)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말로 총명함을, 聽而不聞(청이불문)은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말로 관심이 없거나 경시함을 비유한다. 今時初聞(금시초문)이라는 말도 있다.

審(심)은 집인 면(면) 안에 짐승의 발자국인 番(번)이 있는 형태이다. 자세하다 또는 분명하다, 審査(심사)나 審問(심문)처럼 자세히 살피거나 따지다는 뜻이다. 審議(심의)는 심사하고 토의하다, 審判(심판)은 자세히 살펴 판별한다는 뜻이다.

若(약)은 ‘∼와 같다’에 해당하며 如(여)와 통한다. 不若(불약)은 ‘∼만 못하다’에 해당한다. 본뜻은 골라 뽑다는 뜻이라는 설과 향초인 杜若(두약)이라는 설이 있으나 본뜻보다 다른 뜻으로 많이 쓰인다. ‘너’에 해당하는 2인칭 대명사로도 쓰인다. 복수는 若曹(약조)나 若輩(약배)가 된다. 萬若(만약)의 뜻도 있고 若干(약간)처럼도 쓰인다. 불경인 般若經(반야경)의 경우에는 ‘야’로 읽는다. 般若(반야)는 범어의 음역으로 지혜를 의미한다.

보고 듣는 것 중에는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 특히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오늘날, 무책임한 것도 많고 의도적으로 歪曲(왜곡)하는 경우도 많다. 객관적으로 균형을 유지해 잘 살피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秦(진)나라 때 呂不韋(여불위)가 賓客(빈객)들을 시켜 편찬한 ‘呂氏春秋(여씨춘추)’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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