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세계를 양분하다 서양에 주도권 내준 현실 통시적 고찰

◇역사: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남경태 지음/687쪽·3만8000원·들녘

동·서양사와 한국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인 저자가 특유의 관점으로 써내려간 세계 통사(通史)다.

기원전 3000년 무렵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은 5000년 가까이 각자의 길을 걸어오다가 18세기부터 본격 섞이기 시작했고 20세기 들어서면서 하나의 글로벌 문명으로 통합되고 있다.

저자는 “두 문명의 융합은 오늘날 세계문명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서양문명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두 문명이 걸어온 노선과 그 역사적 차이를 알면 앞으로 어떤 비율로 융합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를 넘나들며 차이를 비교한다.

먼저 주목한 것은 지리적인 차이 때문에 동양문명의 시발점인 황허 문명은 농경이 중심이 됐고, 서양문명의 씨앗이 된 오리엔트 문명은 농경과 목축을 병행했다는 점이다. 동양문명은 기반이 탄탄하지만 이동성이 떨어져 폭넓은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반면 서양문명은 기반이 부실했으나 역동성이 컸다. 저자는 “동양문명의 중심은 중국의 중원이라는 땅 덩어리였지만 그에 해당하는 서양문명의 중심은 지중해라는 바다였다”고 말한다.

두 문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룩된 제국의 차이도 분석했다. 두 문명을 대표하는 제국의 전형으로 중국의 한(漢)제국과 로마제국을 든다.

한제국과 로마제국이 가장 달랐던 것은 중앙권력의 힘이었다. 중국의 천자는 ‘하늘의 아들’로서 천하를 소유했지만 시민과 원로원의 지지로 권위를 유지하는 로마의 황제는 제국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에 앞서 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진시황이 중원을 평정한 뒤 쌓은 만리장성은 ‘중화세계의 문을 걸어 닫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중국이 청나라 때까지 폐쇄적인 제국을 유지하다가 로마제국의 멸망(476년) 이후 사실상 각개 약진의 길로 접어든 서양문명에 의해 명맥이 끊기는 운명을 맞았다고 말한다.

“명대(明代) 초기만 해도 엇비슷했던 두 문명의 힘은 유럽이 르네상스와 국민국가 시대를 거치면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은 유럽에서는 각종 동력기계들이 발명됐지만 중국에서 농업 생산력을 증대시킨 동력은 여전히 인력과 축력(畜力)이었다.”

저자는 이같이 다른 길이 두 문명의 차이를 낳았다고 말한다. 금융 자본주의 발전의 핵심인 신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대표적인 케이스.

13, 14세기 은행과 더불어 신용제도가 확립되면서 서양에서는 신용이 곧 ‘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동양의 경우 정치가 전반을 지배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계(契)의 기원이 최소한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도 조선시대까지 공적 금융기관이 탄생하지 못했다. 서양과 달리 신용은 ‘덕목’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물과 사건을 시간 순서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관점을 중심으로 배치했다는 점에서 제 향기가 들어간 책”이라며 “독자들이 일반 역사서로 읽지는 말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뒤 ‘개념어 사전’ ‘종횡무진 동양사’ ‘반 룬의 예술사’ 등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