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눈에 띄는 콘텐츠… 미숙한 진행 아쉬워

  • 입력 2008년 10월 7일 03시 00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2∼10일 9일간의 일정 가운데 절반 등마루를 넘었다. 개막 당일에는 최진실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져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영화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예년 못잖은 생기를 찾았다.

영화제 흥행보다 숨은 영화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배려나 행사 진행에서 크고 작은 실수가 빚어지기도 했다.

○ 뚝심 있는 프로그램 긍정적 반응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카자흐스탄)을 비롯해 ‘다다의 춤’(중국), ‘실크 사리’(인도) 등은 PIFF의 정체성과 가치를 대변하는 아시아의 수작들이다. 일반 관객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변방의 영화를 경험하며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

아시아 지역의 영화 관련 펀드를 모아 지원 방안을 논의한 ‘아시아필름펀드포럼’(4일)은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산업에 힘을 북돋우는 역할을 했다. 3일 ‘아시아태평양배우네트워크’에 참석한 문 블러드굿, 아론 유 등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들은 “아시아 배우의 가능성”을 강조해 자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뉴질랜드 영화제작협정’과 관련해 전해진 배우 한채영의 뉴질랜드 진출 소식, 송혜교가 출연한 미국 독립영화 ‘시집’에 대한 관심도 영화제 분위기를 밝게 했다.

쉬커(徐克) 등 유명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는 관객의 열기로 가득했다.

○ 12년 경력에 무색한 진행 미숙

하지만 47억 원의 세금을 포함한 95억 원의 예산을 쓰는 12년 연륜의 국제영화제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점도 많았다.

4일 오후 9시경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 상영장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스카이 크롤러’ 상영이 정전으로 56분간 중단됐다. 하지만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안내 조치가 없어 항의가 줄을 이었다.

캐나다에서 온 크리스 언더헤이 씨는 “영화 정보를 보여주는 웹페이지는 영어로 돼 있는데 티켓 결제 페이지는 한글로만 나오더라”며 “영어 페이지는 ‘공사 중’으로 나와서 한국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넷 예매를 부탁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4일 오후 만난 미국 인터넷잡지인 메니스커스의 크리스토퍼 프룬 기자도 “보고 싶은 영화 표는 하나도 구할 수 없었다”며 “외국 언론을 위한 여분 좌석을 준비해 놓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와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4일 오후 씨클라우드호텔 내 필름마켓에서 만난 마리암 바페크르푸 이란 카눈국제박람회 영화부문 대표는 “2년 전에는 다양한 영화를 찾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는데 이제 다시 올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부산=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영상취재: 지우진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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