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장금’ 주인공은 조광조?

  • 입력 2008년 9월 18일 02시 59분


뮤지컬 ‘대장금’ 중 조광조 일파의 숙청을 다룬 ‘기묘사화’의 한 장면. 왼쪽부터 민정호 역의 고영빈, 중종 역의 한지상, 오겸호 역의 김태한 씨. 사진 제공 PMC
뮤지컬 ‘대장금’ 중 조광조 일파의 숙청을 다룬 ‘기묘사화’의 한 장면. 왼쪽부터 민정호 역의 고영빈, 중종 역의 한지상, 오겸호 역의 김태한 씨. 사진 제공 PMC
■ 새 버전 뮤지컬 3가지 논란

5일 서울 경희궁 숭정전에서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대장금’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대장금’은 지난해 5월에 초연됐던 작품을 전면 수정한 것.

TV 드라마 ‘대장금’을 무대로 옮긴 이 뮤지컬은 서울 예술의 전당 초연 때 혹평을 받은 뒤 연출 배우 대본 음악 등 총체적인 변화를 더했다. 초연 때와 달리 고궁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번 버전에서는 원작 드라마의 요리 이야기는 거의 사라지고 조광조를 정점으로 한 정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 뮤지컬 홈페이지에는 “‘대장금’을 보러 갔는데 대장금이 없더라”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라는 엇갈린 반응이 오르고 있다.

○ 정치 뮤지컬인가, 음식 뮤지컬인가

원작 드라마와 초연 때 없던 조광조를 투입한 대목이 가장 큰 논란거리. 원작 드라마가 요리를 소재로 삼았던 반면 이번 작품은 조광조를 중심으로 한 기묘사림과 중종반정을 이끈 공신들의 치열한 대결이 부각되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조광조라는 인물이 가진 개혁성과 대장금의 성공을 연계해 설명하려 했으나 조광조의 캐릭터가 강하다. 요리 관련 이야기가 거의 사라지는 등 드라마에 익숙한 팬들이 기대하는 뮤지컬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공연이 꼭 원작을 그대로 답습하라는 법칙은 없다”며 “갈등 구조가 명확해졌고, 2시간 안에 65부작 드라마 내용을 압축하는 문제 때문에 부실했던 초연 때보다 낫다”고 말했다.

○ 조선시대 배경에 테크노 댄스와 랩?

실록에 기록된 조광조와 중종의 발언을 빠른 비트의 테크노 음악과 랩으로 쏟아내는 ‘소격서 혁파’ 장면도 논란거리. 소격서는 도교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냈던 곳. 중종대의 대표적 개혁정책 중 하나로 철폐를 주장하는 기묘사림과 보존을 주장하는 공신세력이 맞섰다.

조용신 씨는 “록 음악으로 그리스도의 일생을 담아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저스…’가 음악의 통일성이 있던 것과 달리 ‘대장금’은 장면마다 음악의 색깔이 다른 데다 랩이 나오는 대목은 앞뒤와 비교할 때 흐름이 어색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소격서 혁파는 당시 혁신적인 정책이었던 만큼 랩이라는 형식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창작뮤지컬들은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데 취약했지만 ‘대장금’은 랩을 통해 드라마를 전개해 나가는 등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말했다.

○ SF영화를 연상시키는 미래형 의상

길게 내려오는 흰색 옷에 허리끈을 둘러맨 중종은 조선의 왕이 아니라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제다이 같다. 중종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의상은 한복보다는 미래를 그린 SF 영화의 패션에 가깝다.

유희성 서울뮤지컬단장은 “사극 뮤지컬의 의상이 현대적이라고 해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궁의 운치와 멋을 살리는 데 적합한 의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나 연출은 “공연 의상이 반드시 고증에 맞을 필요는 없다”며 “뮤지컬 ‘아이다’의 의상도 고대 이집트 의상과는 다르게 개량된 의상이다. 현대적 미가 가미된 보편적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대 위 안무를 고려한 복장”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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