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새긴 듯한 원형 窓… 물 흐르듯 설계된 계단…

  • 입력 2008년 9월 10일 02시 56분


■ 감각적 디자인으로 명성 ‘운생동건축’

“건축물의 겉모습은 흥미로워야 합니다. ‘저 안에 뭐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야죠. 다른 건물과 비슷한 모양으로 짓는다면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 생산과 다를 바 없잖아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운생동(韻生同)건축가그룹사무소에서 만난 장윤규(44) 국민대 건축대 교수는 단호했다. 장 교수와 신창훈(38) 씨가 이끄는 운생동건축은 튀는 디자인으로 최근 건축계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사무소 이름은 ‘뛰어난 예술품’을 뜻하는 말인 ‘기운생동(氣韻生動)’에서 힌트를 얻었다.

장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으로 영국의 전문지 ‘건축 리뷰’가 세계의 젊은 건축가들에게 주는 ‘AR 어워즈’를 받았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운생동건축은 “표피적 장식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장 교수는 “한국에 색다른 건물이 많아져 낯설음이 없어지도록 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 대치동 ‘크링’ 등 강렬한 외관 화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금호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원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은 운생동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정면에 깊은 음각(陰刻) 둘레 장식의 원형 창을 여러 개 뚫은 이 건물은 장 교수가 강조하는 강렬한 외양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한국 건축가는 독특한 건물을 짓지 못한다는 통념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지만 ‘한국 건축가도 저런 건물을 짓는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실험이 운생동 디자인의 요체입니다.”

운생동건축의 실험은 겉모습에만 머물지 않는다. 크링의 소용돌이는 표피를 뚫고 들어가 건물 내부 중심의 로비 공간에 소용돌이 모양의 벽면 돌기로 투영됐다. 독특한 외양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꿰뚫는 테마가 되도록 한 것이다.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생능출판사도 실험적 공간 프로그램을 통해 독특한 외양까지 덤으로 얻은 건물이다. 이 건물은 구멍 난 마분지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듯한 방식으로 내부 공간을 구성했다.

○ 내부 효율도 중시 불필요한 공간 없애

이달 말 완공될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캠퍼스복합단지의 독특한 이미지도 공간 프로그램과 호응한다. 이 프로젝트는 나무 바닥 중정(中庭)과 그것을 둘러싼 건물이 광장과 도로를 잇는 널찍한 나무계단을 통해 스르르 흘러내리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막힘없이 통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공간. 종합강의동 유리벽 앞 중정에 서면 객석 중앙의 무대 위 같은 느낌이 든다. 연구와 학업, 여가생활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공간 기능을 건물의 이미지에 반영한 것이다.

“운생동건축의 공간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입니다. 겉모습이 독특한 건물을 보면 때로 삼각형 평면 등 쓸모없는 내부공간이 생기곤 하죠. 그런 문제는 용납하지 못합니다.”(장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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